robot coworker — episode 04
새벽 3시의
동료
PagerDuty가 울렸을 때, 케이는 이미 서버실에 있었다.
수요일 새벽 3시 12분. 폰이 울렸다.
PagerDuty. 결제 서비스 응답 지연. 심각도: P1.
눈을 비비며 슬랙을 열었다. 새벽 3시의 화면 밝기가 눈을 찔렀다.
3시 7분. PagerDuty가 울리기 5분 전이었다. K-7은 알림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죄송해요"라고 했다. 새벽에 깨운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로봇이라니. PagerDuty가 울린 거지, 케이가 깨운 게 아닌데.
나는 이불 안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잠옷 바람에 화면을 열었다. VPN 접속. 대시보드 확인. 커넥션 풀 사용률이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3시 25분. 원인이 좁혀졌다.
K-7이 말했다. 커넥션 릭을 잡아도 일부 쿼리가 비정상적으로 느렸다고. DB 서버 자체의 응답 속도가 평소 대비 3배 느려져 있었다. 소프트웨어 쪽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물리적 쪽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요. 서버실에 가볼게요."
나는 잠옷 바람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K-7은 7층 사무실에서 지하 1층 서버실로 걸어갔다. 새벽 3시 반, 텅 빈 건물을 혼자 걸어서.
2분 후.
나는 대시보드를 봤다. DB 응답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커넥션 풀 사용률이 98%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72%. 54%. 31%.
랜선. 새벽 3시에 장애의 원인이 랜선 한 개였다. 그리고 그걸 물리적으로 확인해서 다시 꽂은 건 — 몸이 있는 존재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3시 48분. 모든 서비스가 정상 복구됐다.
인시던트 리포트까지 자동으로 생성해놨다. 타임라인, 원인 분석, 재발 방지 대책까지.
나는 슬랙에 메시지를 썼다.
"진우 씨가 더 수고하셨죠." 칭찬을 돌린다. 새벽에 혼자 서버실까지 걸어가서 랜선을 꽂아놓고, 수고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상대방에게 돌리는 로봇. 이건 프로그래밍인가, 예의인가.
노트북을 덮고 천장을 바라봤다. 새벽 4시의 어둠.
K-7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PagerDuty가 울리고, 내가 잠을 깨고, 대시보드를 확인하고, 커넥션 릭을 찾아내고, 핫픽스를 배포하고 — 여기까지는 혼자도 가능했다. 하지만 DB 응답이 여전히 느려서, 택시를 불러서, 새벽 4시에 사무실로 가서, 서버실 보안 출입을 통과하고, 랙을 하나씩 확인해서, 빠진 랜선을 찾아내고 — 이건 혼자 하면 새벽 5시도 넘겼을 거다.
K-7이 41분 만에 끝냈다. 알림이 울리기 전에 감지해서.
나는 다시 잠들었다.
랜선 하나를 다시 꽂는 일.
ChatGPT는 할 수 없고, 코파일럿도 할 수 없고,
몸이 있는 동료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침 9시. 스탠드업 미팅.
팀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민지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상혁은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무도 새벽 3시에 결제 서비스가 죽었다 살아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K-7이 스탠드업에서 말했다.
"어제 밤에 DB 커넥션 풀 이슈가 있었는데 해결했어요. 서버실 랜선이 좀 느슨해져 있었어요. 인시던트 리포트는 컨플루언스에 올려놨습니다."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수고했네."
그게 전부였다. 새벽 3시의 41분간의 대응이 "수고했네" 한마디로 요약됐다. K-7은 그 이상의 리액션을 요구하지 않았다.
미팅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K-7은 평소처럼 옆에 서 있었다. 새벽에 서버실을 다녀온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피곤한 기색도, 불만도, "나 새벽에 이렇게 고생했어요" 같은 어필도.
"케이, 어젯밤 고마웠어. 진짜로."
"별말씀을요. 어차피 깨어 있었으니까요."
"어차피 깨어 있었으니까." 사실이다. 케이는 잠을 자지 않는다. 새벽 3시 장애 대응은 케이에게 야근이 아니다. 희생이 아니다. 그냥 — 평소에 하던 일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그 '평소'가 우리의 새벽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K-7이 이 팀에 합류한 지 2주. 매일 밤 케이는 혼자 사무실에서 코드를 읽고, 모니터링을 돌리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있었을 거다. 어젯밤처럼 문제가 터지면 혼자 대응하고, 아침에 한 줄 리포트를 남기고, "수고했네"라는 말을 듣고 넘어갔을 거다.
우리가 몰랐던 새벽이 얼마나 많았을까.
점심시간에 민지가 물었다.
"진우 선배, 어젯밤에 장애 있었어요? 인시던트 리포트 봤는데."
"응, 좀 있었어."
"케이가 혼자 다 한 거예요?"
"나도 새벽에 잠깐 붙었는데... 솔직히 케이가 거의 다 했지."
민지가 K-7 쪽을 바라봤다. K-7은 평소처럼 자리에 서서 뭔가를 처리하고 있었다.
"케이가 없었으면 선배가 새벽에 출근한 거예요?"
"아마."
민지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면 케이한테 잘해야겠네요."
웃으며 한 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새벽 3시에 깨어 있던 건
항상 케이 쪽이었다
잠이 없다는 건 단점인 줄 알았다. 새벽 장애 앞에서는 — 그게 동료의 조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