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lap · Season 1 · Episode 04

한 글자의
차이

오탈자는 실수다. 교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면의 글자는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라진 세계의 문법이었다.

Part I
교정

시험 엿새째 밤. 서연은 노트를 펼쳤다.

을지로3가 편의점에서 산 가장 싼 노트. 48페이지. 서연은 그 노트에 엿새 동안 본 이면의 글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에디터의 습관이었다. 오류를 발견하면 기록한다. 패턴을 찾는다. 교정한다. 8년간의 직업이 몸에 새긴 루틴.

다만 이번에는 교정할 수 없는 오류였다.

이면 문자 교차 기록 — 을지로 3가 구간
세기전자 세기전차 자 → 차 (ㅈ→ㅊ, 기식음 추가)
진흥인쇄 진흥인새 쇄 → 새 (ㅗ 탈락, 획 축소)
대한인쇄 대환인쇄 한 → 환 (ㅏ→ㅘ, 모음 확장)
성일공구 성일공쿠 구 → 쿠 (ㄱ→ㅋ, 기식음 추가)
을지로철물 을지로첟물 철 → 첟 (ㄹ→ㅅ, 종성 변환)
삼성문구 삼성문그 구 → 그 (ㅜ 탈락, 모음 축소)

서연은 기록을 내려다보았다. 엿새 동안 수집한 데이터. 패턴이 보였다. 에디터의 눈에는.

랜덤이 아니다. 모든 변환에 규칙이 있다. 기식음 추가, 모음 확장 또는 축소, 종성 변환. 한글의 자모 체계 안에서 한 단계씩 이동한다. 마치 — 원래의 글자를 기억하면서, 의도적으로 한 칸 옆으로 밀어놓은 것처럼.

서연은 시우에게 노트를 보여주었다. 편의점 앞 벤치. 시우가 노트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이런 분석은 처음 봐요. 저는 글자를 볼 수 없으니까. 바람으로 감지하는 건 공간의 밀도와 방향뿐이라서."

"규칙이 있어요. 이면의 글자가 무작위가 아니에요. 한글의 자모 체계를 따르고 있어요. 하나의 획, 하나의 모음, 하나의 종성만 다른 거예요. 이건 — 오탈자가 아니라 변주예요."

"변주?"

"음악에서 주제를 살짝 바꿔 반복하는 거요. 멜로디는 같은데 한 음만 다른 것처럼. 이면은 현실을 복제한 게 아니에요. 현실을 변주하고 있어요."

시우가 서연의 얼굴을 봤다. 감탄이 아니라 — 걱정이 섞인 눈이었다.

"서연 씨. 이면의 규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 이면이 당신을 더 강하게 인식해요. 제가 3년 동안 바람만 읽고 글자는 안 본 이유가 있어요."

"이면이 나를 본다는 게 — 구체적으로 뭔데요?"

시우가 잠깐 망설였다.

"대장님 말로는, 이면에는 의지가 있대요. 살아 있는 건 아니지만, 의지에 가까운 무언가. 현실에서 사라진 것들이 이면에 쌓이면서 — 이면 자체가 '유지되려는 힘'을 갖게 된 거래요. 겹을 보는 사람이 이면의 규칙을 이해하면, 이면은 그 사람을 위협으로 인식해요. 또는 — 기회로."

"위협, 또는 기회."

"이면의 규칙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이면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이면을 완성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서연은 노트를 내려다보았다. 6개의 간판. 6개의 변주. 에디터의 습관으로 시작한 기록이 — 이면의 주의를 끄는 행위였다니.

서연은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더 깊이 들어가 봐야 해요. 을지로 골목 안쪽. 아직 기록하지 못한 간판들이 있어요."

시우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서연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오탈자를 못 지나치는 사람. 규칙이 보이면 끝까지 추적하는 사람.

"같이 가요. 절대 혼자 안 돼요."

* * *
Part II
맞는 글자

자정. 겹이 열렸다. 소리가 죽고, 빛이 은청색으로 바뀌고,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익숙한 과정이었다. 엿새 만에 익숙해졌다는 것이 서연 자신도 놀라웠다.

시우와 함께 이면의 을지로로 들어갔다. 서연이 앞장서고, 시우가 바람을 읽으며 뒤따랐다. 서연의 손에는 노트와 펜이 있었다. 걸으면서 간판을 기록했다.

세기전차. 진흥인새. 성일공쿠. 기존 기록과 동일했다. 이면의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매일 밤 같은 변주. 같은 한 글자의 차이.

서연은 더 깊이 걸었다. 평소 순찰 구역을 넘어, 골목 안쪽으로. 첫날 밤에 고영수를 구하러 들어갔던 좁은 골목 — 벽을 통과해서 들어간 그곳 — 을 지나, 더 깊은 곳으로.

"여기서부터는 처음이에요. 제가 3년 동안 이 깊이까지는 안 들어왔어요."

"왜요?"

"혼자였으니까. 이면 깊숙이 들어가면 나올 방향을 잃을 수 있어요. 바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서연은 간판을 계속 기록했다. 새로운 간판들이 나타났다. 현실에서는 이미 사라진 가게들의 간판.

이면 심층부 — 미확인 구간
동아서점 동아서전 점 → 전 (ㅁ→ㄴ, 종성 변환)
삼일약국 삼일약쿡 국 → 쿡 (ㄱ→ㅋ, 기식음 추가)
고려사진관 고려사진관 — 변환 없음 (?)

서연의 펜이 멈췄다.

고려사진관. 현실과 동일한 글자.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이면에서 정확한 글자. 두 번째 법칙 — 현실과 동일한 문자가 보이면 두 가지 경우다. 아직 이면이 아니거나, 이면이 의도적으로 정확한 글자를 보여주는 것이다.

서연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00:00. 이면 안이었다. 첫 번째 경우가 아니다.

"시우 씨. 이 간판 — 정확해요."

시우가 다가왔다. 간판을 올려다봤지만, 그에게는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바람을 보냈다. 소용돌이가 간판 주변을 맴돌다가 — 멈췄다.

"... 이상해요. 바람이 막혀요. 여기 주변 공기가 — 다른 곳보다 밀도가 높아요."

서연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봤다. 고려사진관의 왼쪽 — 을지로문방구. 정확했다. 오른쪽 — 한빛전기. 정확했다. 건너편 — 중앙인쇄소. 정확했다.

모든 글자가 정확했다.

anomaly — correct text zone
이면의 일반 구역에서는 모든 간판이 한 글자씩 다르다. 하지만 이 구역에서는 모든 간판이 현실과 동일하다. 이면이 현실을 완벽하게 복제한 구역. 오류가 없는 곳. 에디터의 본능이 경고를 울렸다 — 오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오류다.

서연은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면의 은청색 빛이 여기서는 조금 달랐다. 더 따뜻했다. 거의 — 현실의 가로등 빛에 가까웠다. 고요한 것은 같았지만, 여기서는 미세하게 —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 어딘가에서 TV 소리. 현실에서 들리는 배경음.

이면이 현실을 흉내 내고 있다. 글자, 빛, 소리까지. 왜? 누구를 위해?

그때, 불빛이 보였다. 골목 안쪽. 따뜻한 노란 빛. 가게의 불빛.

열린 가게. 이면의 자정에. 불이 켜진 가게.

* * *
Part III
서점

서점이었다.

소희의 서재
closed in reality — 2024.03
을지로3가 뒷골목에 있던 소규모 독립서점. 2018년 개업, 2024년 3월 폐업. 문학·인문학 위주 큐레이션으로 지역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으나, 임대료 인상과 매출 감소로 폐업. 서연은 이 서점에서 책을 사곤 했다.

서연은 그 서점을 알고 있었다. 소희의 서재. 2년 전에 문을 닫은 서점. 서연이 이 동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가끔 들르던 곳이었다. 소설 한 권, 에세이 한 권. 점심 시간에 10분만 들러서 선반을 훑어보고, 한 권 사서 나오던 곳.

그 서점이 — 이면에서 열려 있었다.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 따뜻한 빛이 새어나왔다. 서가가 보였다.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카운터에 사람이 있었다.

김소희. 서점 주인. 45세. 2년 전 서점을 닫던 날, 서연은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을 샀었다. 소희 씨가 "마지막 손님이시네요"라고 웃으며 말했었다. 서연은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카운터 뒤에 서 있는 여자가 — 그 소희 씨였다.

"시우 씨. 안에 사람이 있어요. 여자 한 명. 서점 주인이에요."

시우의 안색이 변했다.

"사람? 방황자가 아니라 — 진짜 사람?"

"모르겠어요. 확인해야 해요."

두 사람이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벨 소리가 울렸다. 따르릉. 서연의 기억 속 그 소리였다. 2년 전과 같은 벨.

안은 — 완벽했다.

서가에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이달의 추천' 코너에 세 권의 책이 표지를 보이며 놓여 있었다. 카운터 위에 영수증 꽂이와 볼펜 두 자루. 창가에 작은 화분. 커피 향. 서연이 기억하는 소희의 서재 그대로였다.

소희가 고개를 들었다. 서연을 보고 미소 지었다.

"어서 오세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평범한 인사. 서점 주인이 손님에게 하는 인사. 서연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2년 전에 '마지막 손님'이라고 했던 서연을.

서연은 서가로 다가갔다. 책 제목을 읽었다. 한글이었다. 정확한 한글. 이면에서 — 정확한 글자. 두 번째 법칙의 후자. 이면이 의도적으로 정확한 글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서점 안의 모든 것이 현실과 동일하게 꾸며져 있었다.

서연은 한 권을 꺼냈다. 카뮈의 《이방인》. 서연이 잘 아는 책. 대학 때 원서로 읽었고, 한국어판도 여러 번 읽었다. 첫 페이지를 펼쳤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정확했다. 완벽한 한국어. 서연은 페이지를 넘겼다. 10페이지, 20페이지, 30페이지. 정확한 텍스트가 이어졌다. 에디터의 눈으로 한 줄 한 줄 확인했다. 완벽했다.

47페이지.

서연의 눈이 멈췄다.

그는 태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태양에 대해 이야기핬다
page 47 — one character

'했다'가 '핬다'로 되어 있었다. 한 글자. 하나의 모음이 변형된. 이면의 서명. 46페이지의 완벽한 텍스트 사이에 끼어든, 한 글자의 차이.

서연은 계속 넘겼다. 82페이지에서 또 하나. 104페이지에서 또 하나. 매 30~40페이지마다 한 글자. 나머지는 전부 정확했다. 이면이 이 서점을 위해 — 거의 완벽한 복제를 만들어놓고, 자신의 흔적만 아주 가끔 남겨놓은 것이었다.

고 사장님의 인쇄소보다 훨씬 정교하다. 인쇄소는 3일 만에 맞춰진 급조품이었다. 이 서점은 — 2년 동안 다듬어진 것이다.

서연이 소희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죄송한데 — 이 책, 47페이지에 오타가 있어요."

소희가 책을 받아 47페이지를 펼쳤다. 잠시 들여다보았다.

"아, 정말이네요. 출판사에서 못 잡았나 봐요. 오타 잘 발견하시네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 이상했다. 서연은 고영수를 떠올렸다. 이면의 인쇄소에서 읽을 수 없는 글자를 '주문서'라고 했던 고영수. 하지만 서연이 지적하자 금이 갔다. '하나도 못 읽겠어.' 그 한마디가 동화를 깨뜨렸다.

소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 글자의 오류를 '오타'로 처리했다. 완벽한 합리화. 2년 동안의 동화가 만든 방어막.

"사장님. 82페이지에도 오타가 있어요. 104페이지에도. 이 책만이 아니라 — 다른 책에도 있을 거예요."

소희의 미소가 약간 굳었다.

"에디터 쪽 분이신가 봐요. 날카로우시네요."

"네. 출판사에서 일해요. 오탈자를 찾는 게 직업이에요."

서연은 다른 책을 꺼냈다. 서가에서 무작위로. 김영하의 소설. 펼쳤다. 33페이지, 한 글자. 71페이지, 한 글자. 서연은 그 페이지를 소희 앞에 펼쳐놓았다.

"이것도 오타예요?"

소희가 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 미소가 사라졌다. 아직 혼란은 아니었다. 불쾌에 가까웠다.

"출판사가 좀 그렇죠. 요즘 교정이 허술해서."

"모든 출판사가요? 모든 책에? 정확히 30~40페이지마다 한 글자씩?"

소희의 손이 멈췄다. 서연의 질문이 — 뭔가를 건드렸다. 합리화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

시우가 서연의 팔을 잡았다. 속삭였다.

"조심해요. 고 사장님은 3일이었지만, 이 분은 2년이에요. 동화가 깊어요. 너무 급하게 깨우면 —"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소희의 눈에 뭔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2년 동안 닫혀 있던 문에 빛이 비치는 것 같은 — 미세한 변화.

"사장님. 이 서점은 언제 개업하셨어요?"

"2018년 3월이요."

"지금이 몇 년인지 아세요?"

소희가 멈칫했다. 잠깐의 공백. 그리고 —

"2024년이죠."

"2026년이에요. 2월."

소희의 눈이 흔들렸다. 서연은 계속했다.

"소희의 서재는 2024년 3월에 문을 닫았어요. 임대료 인상 때문에. 마지막 날 — 저한테 '마지막 손님이시네요'라고 하셨어요."

소희의 입이 약간 벌어졌다.

"... 기억이..."

"저예요. 한서연. 점심시간에 자주 왔어요. 소설 한 권씩 사 갔어요."

소희의 눈에 — 뭔가가 돌아왔다. 완전한 인식은 아니었다. 2년 동안의 동화 아래에 묻힌 기억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

"한... 서연... 씨?"

"네. 사장님. 여기는 사장님 서점이 아니에요. 나가야 해요."

소희가 서점 안을 둘러보았다. 서가, 책, 카운터, 화분. 완벽한 공간. 소희가 만들고, 소희가 잃어버리고, 이면이 돌려준 공간.

"근데 —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서연의 가슴이 아팠다.

"여기 있으면 좋잖아요. 손님도 오고, 책도 있고. 밖에서는 — 서점 닫고 나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이력서 넣어도 안 되고. 나이가..."

소희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현실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 현실의 고통도 함께 돌아왔다. 서점 폐업 후의 공백. 45세의 재취업. 쌓인 대출.

이면은 그 모든 것을 없앤 세계였다. 서점이 닫히지 않은 세계. 손님이 오는 세계. 할 일이 있는 세계.

시우가 나섰다.

"사장님. 여기 있으면 기억을 잃어요. 조금씩. 지금도 이미 잃으셨을 수 있어요."

소희의 눈이 커졌다.

"... 기억?"

"가족이 있으세요?"

"남편이... 남편 이름이..."

소희의 표정이 변했다. 공포. 이름이 나오지 않는 공포.

"김... 김..."

나오지 않았다. 남편의 이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아는데, 글자가 — 사라져 있었다.

이면 동화 — 기억 손실 기록
남편의 이름 — 소실
폐업 후 시간 경과 — 인식 불가 (2024 → 2026)
마지막 손님(한서연) — 부분 소실 후 복구
기타 미확인 기억 — 측정 불가

"나가야 해요. 지금. 더 있으면 더 잃어요."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서연이 소희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이면의 차가움.

서점을 나서는 순간, 벨이 울렸다. 따르릉. 소희가 뒤를 돌아보았다. 불이 켜진 서점. 책이 가득한 서가. 화분. 2년 동안 소희를 지켜준 공간.

소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시우가 바람을 열었다. 서연이 소희의 손을 잡고 걸었다. 정확한 글자의 구역을 지나, 한 글자씩 틀린 간판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기전차. 진흥인새. 이면의 일반 구역. 여기가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한 글자가 틀려 있다는 것은, 적어도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니까.

빛이 보였다. 가로등의 주황빛. 현실.

* * *
Part IV
대가

현실의 을지로 3가. 새벽 1시. 소희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현실의 공기. 현실의 소리. 먼 곳의 차 소리, 편의점 냉장고의 윙 하는 소리. 소희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 몇 년이에요? 진짜 몇 년이에요?"

"2026년 2월이에요."

"2년. 2년을 — 거기 있었어요?"

서연이 소희 옆에 쪼그려 앉았다. 소희의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유나가 있었으면 바이탈을 체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서연과 시우뿐이었다.

"남편한테 전화해야 해요. 근데 — 이름이. 왜 안 나오지. 결혼한 지 15년인데.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

서연은 소희의 핸드폰을 봤다. 소희가 들고 있지 않았다. 현실에서 사라진 지 2년이면 — 핸드폰은 해지되었을 것이다. 소희의 가방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면에서 가져온 것은 이쪽에서 사라진다.

"시우 씨. 구급차를 —"

"아뇨. 병원에 가면 설명할 수 없어요. 2년간 실종된 사람이 멀쩡히 나타났는데, 아무 상처 없이, 다만 기억 일부가 빠져 있다고 하면 — 경찰이 개입해요."

시우가 전화를 걸었다. 도영에게. 짧은 통화. 시우의 표정이 무거웠다.

"대장님이 오신대요."

10분 뒤, 도영이 나타났다. 열기가 먼저. 그다음 검은 코트. 소희를 내려다보았다. 소희는 아직 바닥에 앉아 있었다. 울음은 멈췄지만, 눈이 텅 비어 있었다.

도영이 소희 앞에 무릎을 꿇었다. 250년 된 남자가 45세의 서점 주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연은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김소희 씨. 나는 이도영이오.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있소. 도와드리겠소."

도영의 어조가 — 달랐다. 서연에게 보여준 차갑고 단호한 모습이 아니었다. 부드러웠다. 아주 오래된 슬픔이 배어 있는 목소리.

도영이 소희의 이마에 손을 댔다. 열기가 부드럽게 전달되었다. 소희의 떨림이 멈추었다. 눈이 감겼다. 잠이 들었다.

"기억 일부가 소실되었다. 회복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부분이 있다."

도영이 일어서며 서연을 봤다.

"2년?"

"이면의 심층부에 서점이 있었어요. 2024년 3월에 폐업한 서점.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었어요. 글자까지 거의 정확하게."

"거의?"

"30~40페이지마다 한 글자. 이면의 서명처럼. 나머지는 전부 정확한 한글이었어요."

도영의 눈이 서연에게 고정되었다. 오래된 눈. 250년간 이런 일을 봐온 눈.

"정확한 구역을 발견한 거군."

"네. 이면의 심층부에 — 모든 글자가 맞는 구역이 있었어요. 간판도, 책도, 소리도. 거의 현실과 동일했어요."

도영이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

"그 구역은 이면의 핵이다."

서연과 시우가 동시에 도영을 봤다.

"이면은 현실을 변주한다. 한 글자씩 틀리게. 그건 이면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면이 충분히 많은 것을 흡수하면 — 변주가 필요 없어진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때 그 구역이 생긴다. 정확한 구역. 이면이 현실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강해진 지점."

"을지로 겹점이 — 그 단계까지 간 거예요?"

"일부가. 을지로에서 2년 동안 사라진 가게들. 인쇄소, 철물점, 약국, 서점, 사진관. 사라진 것들이 이면에 쌓이면서 이면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정확한 구역은 — 이면이 현실을 대체하려는 첫 번째 단계다."

서연의 등이 차가워졌다.

"대체한다는 건 — 무슨 뜻이에요?"

"겹점이 충분히 강해지면, 이면이 현실 위로 올라온다. 현실의 골목이 이면의 골목으로 바뀐다. 간판이 한 글자씩 달라지고, 시간이 멈추고, 사라진 가게들이 다시 나타난다. 현실의 사람들은 — 서서히 동화된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아무도?"

"한 글자의 차이를 눈치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간판이 '세기전자'에서 '세기전차'로 바뀌어도 — 99%는 모른다. 당신은 에디터니까 봤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모른다."

서연은 을지로 골목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골목. 닫힌 셔터들. 임대문의. 현실에서 사라지고 있는 동네.

"이면은 — 적이 아닌 거네요."

도영이 서연을 봤다.

"이면은 다른 세계가 아니다. 이 도시가 잃어버린 것들이 가는 곳이다. 인쇄소가 문을 닫으면 이면의 인쇄소가 불을 켠다. 서점이 사라지면 이면의 서점이 문을 연다. 적이 아니다. 이면은 이 도시의 그림자다."

"그런데 사람을 가둬요. 소희 씨를 2년 동안."

"이면이 가둔 것이 아니다. 소희 씨가 머문 것이다. 현실에서 잃어버린 것을 이면에서 찾았으니까. 이면은 거래를 한다. 원하는 것을 주고, 가진 것을 가져간다."

기억을. 남편의 이름. 2년의 시간. 자기 자신의 조각들.

도영이 잠든 소희를 안아 올렸다. 가벼웠다. 2년 동안 이면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텐데 — 아니, 이면에서는 먹은 것이 현실에서는 무효가 된다. 소희의 몸은 2년 전의 상태에서 멈춰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은 내가 맡겠다. 아는 의사가 있다. 기억이 돌아올 수 있는 만큼은 돌아오게 해주겠다."

도영이 소희를 안고 걸어갔다. 몇 걸음 가서 멈췄다.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시험 기간은 오늘로 끝이다."

서연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는 — 묻지 마라. 당신 눈이 오늘 2년 된 사람을 찾아냈다. 내 250년에 못 한 일을 일주일 만에 했다."

도영이 걸어갔다. 소희를 안은 채. 열기가 서서히 빠졌다.

* * *

시우와 서연이 편의점 앞에 남았다. 새벽 2시. 서연은 노트를 꺼내 마지막 기록을 했다.

소희의 서재. 이면 심층부 정확 구역. 동화 기간 약 2년. 기억 손실 확인.

그리고 한 줄을 더 썼다.

이면은 적이 아니다. 이 도시의 그림자다. 사라지는 것들의 보관소. 문제는 이면이 아니라 — 사라지게 만드는 현실이다.

서연은 노트를 닫았다. 시우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서연 씨."

"네."

"정확한 구역. 이면의 핵. 그걸 발견한 건 대장님도 처음이에요. 3년 동안 들어본 적 없어요."

"... 그래요?"

"서연 씨가 오지 않았으면 — 소희 씨는 계속 거기 있었을 거예요. 평생. 서점을 열고, 책을 팔고, 존재하지 않는 손님을 맞이하면서."

서연은 을지로 골목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의 간판들. 현실의 간판. 정확한 글자.

하지만 서연은 이제 안다. 이 간판들 아래에, 한 글자씩 다른 간판들이 겹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한 글자도 다르지 않은 구역이 있다는 것을. 이면이 현실을 완벽히 흉내 내기 시작한 곳. 사라진 가게들이 다시 불을 켠 곳.

서연은 집으로 가는 길에 작은 문구점 앞을 지났다. '문방사우.' 네 글자. 정확한 한글. 서연은 멈춰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가게 안에 불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창문에 '영업시간 10:00~20:00'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아직 열고 있었다.

서연은 안도했다. 이 가게가 문을 닫지 않는 한, 이면에 '문방사우' — 아니, '문방사후'나 '문방사으'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을지로의 밤은 한 글자씩 달라지고 있었다. 서연은 그 차이를 세고 있었다. 에디터로서. 야경으로서. 그리고 — 이 도시의 그림자를 처음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면은 다른 세계가 아니다
이 도시가 잃어버린 것들이 가는 곳이다

인쇄소가 문을 닫으면 이면의 인쇄소가 불을 켠다.
서점이 사라지면 이면의 서점이 문을 연다.
서연은 그 차이를 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