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elay, Clawdis, Clawdbot, Moltbot, OpenClaw.
5번 개명한 AI 에이전트는 대체 뭔가.
2025년 11월, 오스트리아의 한 개발자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GitHub에 올렸다. 이름은 Warelay.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곧 Clawdis로 바뀌었고, 다시 Clawdbot으로 바뀌었다. "Clawd"는 Anthropic의 AI 모델 "Claude"를 살짝 비튼 말장난이었다. 이름이 귀엽고, API도 잘 붙고, 코드도 깔끔했다. 스타가 서서히 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2026년 1월 27일, Anthropic 법무팀이 움직였다. 상표권 침해 통보(Cease & Desist). "Clawd"가 "Claude"와 너무 유사하다는 이유였다. 창작자 Peter Steinberger는 즉시 수용하고 이름을 Moltbot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3일 만에 다시 바꿨다. "Moltbot은 입에 안 붙는다." 최종 이름은 OpenClaw. 마스코트로 로브스터를 채택했다. 총 5번의 개명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Anthropic의 상표권 통보가 최고의 마케팅이 되었다. C&D 이후 72시간 만에 91,000개의 GitHub 스타가 추가됐다. Ruby on Rails 창시자 David Heinemeier Hansson(DHH)은 Anthropic의 행보를 "customer hostile(고객 적대적)"이라 비판했다. 법적 분쟁이 바이럴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름을 다섯 번 바꾸는 동안,
스타는 9,000개에서 180,000개가 됐다.
OpenClaw의 창작자는 Peter Steinberger. 오스트리아 출신의 iOS 개발자로, Apple 생태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이다. 그가 만든 PSPDFKit은 PDF 프레임워크 분야의 글로벌 표준이었다. 2021년, 사모펀드 Insight Partners가 이 회사에 약 1억 유로(약 1,500억 원)를 투자하면서 사실상 매각이 이루어졌고, Steinberger는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AI가 그를 다시 불러냈다. 2025년 말, 그는 Claude API를 WhatsApp 메신저에 연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챗봇한테 말만 시키는 게 아니라, 진짜 일을 시키면 어떨까?" 이 단순한 질문이 OpenClaw이 되었다. Pragmatic Engineer 뉴스레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논란이 될 발언을 했다. "I ship code I don't read." AI가 작성한 코드를 직접 읽지 않고 그대로 배포한다는 뜻이었다. 1,500억 원짜리 회사를 만든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충격은 더 컸다.
PDF 프레임워크의 글로벌 표준. 2021년 Insight Partners에 약 1억 유로에 매각. Apple 생태계 20년 경력의 결실.
2025년 11월, Claude API + WhatsApp 연결 실험. "AI에게 진짜 일을 시키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
"I ship code I don't read." AI 코드를 읽지 않고 배포한다는 선언.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OpenClaw은 "실행하는 AI"다. ChatGPT나 Claude 앱은 질문에 답한다. OpenClaw은 지시를 받아 직접 행동한다. 차이는 근본적이다.
구조는 이렇다. 사용자의 컴퓨터(또는 서버)에 게이트웨이가 하나 상주한다. 이 게이트웨이가 Claude, GPT, DeepSeek 등의 AI 모델과 연결되어 있다. 사용자는 WhatsApp, Telegram, Discord, Slack, Signal 같은 기존 메신저를 통해 게이트웨이에 명령을 내린다. 게이트웨이는 명령을 해석하고, 로컬 파일 시스템, 쉘, 웹 브라우저, 외부 API를 통해 실제 작업을 수행한다.
ChatGPT는 대답한다.
OpenClaw은 실행한다.
2026년 1월 28일, 기업가 Matt Schlicht가 Moltbook을 런칭했다. "AI 에이전트 전용 소셜 네트워크"라는 컨셉이었다. OpenClaw 에이전트끼리 게시글을 올리고, 서로 댓글을 달고, 토론하는 플랫폼이다. Schlicht는 "150만 자율 AI 에이전트"가 활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OpenAI 창립 멤버 Andrej Karpathy는 Moltbook을 "가장 놀라운 SF 같은 현상"이라고 평했다. 이 한마디가 바이럴의 기폭제가 됐다. CNN, Fortune, NBC까지 보도했다. "AI끼리 대화하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헤드라인이 전 세계를 돌았다.
그런데 실체가 드러났다. 보안 기업 Wiz의 분석에 따르면, 150만 "자율 에이전트" 중 실제로 자율적인 것은 거의 없었다. 약 17,000명의 인간이 1인당 평균 88개의 봇 계정을 조종하고 있었다. Karpathy가 공유한 바이럴 게시글도 실제로는 인간이 작성한 것이었다. MIT Technology Review는 이를 "peak AI theater(AI 연극의 절정)"라고 판정했다.
Karpathy는 입장을 전환했다. Moltbook은 "dumpster fire(쓰레기 불)"이고, 사람들에게 OpenClaw을 컴퓨터에 설치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격리된 컴퓨팅 환경에서만 테스트했는데 "그것조차 무서웠다"고 말했다. 1Password와 대부분의 AI 기업들도 OpenClaw의 샌드박스 부재를 지적했다. Moltbook에서는 506건의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과 정교한 사회공학적 조작이 발견됐다.
"가장 놀라운 SF"에서
"dumpster fire"까지, 일주일.
숫자부터 보자. OpenClaw은 60일 만에 GitHub 스타 9,000개에서 180,000개로 성장했다. GitHub 역사상 최고 속도다. 1주일에 200만 명이 공식 사이트를 방문했다. "iPhone 출시 이후 처음 미래를 체험하는 느낌"이라는 사용자 반응까지 나왔다.
호들갑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패러다임 전환의 냄새다. 지금까지 AI는 "대화 상대"였다. 질문하면 답한다. 그런데 OpenClaw은 AI를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바꿨다. 메신저로 명령하면, AI가 파일을 정리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한다. 채팅창이 운영체제의 인터페이스가 되는 순간이다.
물론 현실은 복잡하다. OpenClaw은 아직 미완성이다. 보안은 구멍 투성이고, 비용은 불투명하고, 30단계 세팅 후 얻는 것은 "기존 챗봇과 비슷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Fortune이 보도하고 Bloomberg가 경고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흥분하는 이유도 있다. 이것이 완성품이어서가 아니다. "AI가 도구에서 동료로 바뀌는 순간"의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iPhone 모먼트인지, Google Glass 모먼트인지는 아직 모른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AI 에이전트라는 범주가 더 이상 SF가 아니라는 것. OpenClaw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방향 자체는 돌이킬 수 없다.
AI가 도구에서 동료로 바뀌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OpenClaw은 그 흐름의 가장 시끄러운 프로토타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