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06 — 린저씨의 귀환

린저씨,
다시 아덴으로

엔씨소프트 첫 적자, 800명 구조조정 — 그리고 29,700원의 마지막 승부

Part I

26년 만의 적자

2024년, 엔씨소프트에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2000년 기업공개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매출 1조 5,781억 원에 영업손실 1,092억 원. 전년 대비 매출은 11.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뒤집혔다.

-1,092억
2024년 영업손실
상장 후 첫 적자
-34%
리니지M 매출
전년 대비 급감
800명+
구조조정 규모
희망퇴직 포함

직접적인 원인은 리니지M 매출의 34% 급감이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 구조는 수년간 리니지 IP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이 세 게임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그 기둥이 흔들린 것이다.

8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주로 지원 조직 대상의 희망퇴직이었으나, 개발 인력도 일부 포함되었다. 4분기에 집중된 퇴직위로금이 약 1,300억 원의 분기 적자로 이어졌다. 한때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겼던 "리니지의 회사"는, 135,800원이라는 역대 최저 주가를 기록하며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Part II

1998년을 꺼내다

엔씨소프트가 이 위기에 꺼낸 카드는 의외로 과거였다. 2026년 2월, 리니지의 2000년대 초반 버전을 그대로 복원한 리니지 클래식을 출시한 것이다. 핵심은 단순했다. "그때 그 시절의 리니지를 돌려주겠다."

리니지 클래식 스펙 시트
  • LAUNCH 프리오픈 2026.02.07 / 정식 2026.02.11
  • PRICE 월정액 29,700원. 추가 과금 없음
  • PLATFORM PC 전용 (모바일 없음)
  • CONTENT 말하는 섬, 용의 계곡, 기란 등 초기 지역
  • CLASS 군주, 기사, 요정, 마법사 (4종)
  • BM 시즌패스 없음. 자동사냥 없음. P2W 없음

"추가 과금 없음"이 핵심이다. 리니지M, 리니지W에서 유저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 과금이었다. 0.0001% 확률의 가챠, 수천만 원짜리 강화 시스템, 돈을 써야만 경쟁력이 생기는 P2W(Pay to Win) 구조. 리니지 클래식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월 29,700원만 내면 모든 유저가 동일한 출발선에 선다. 성장은 오직 시간과 노력으로만. 2000년대 초반, PC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밤을 새우던 그 시절의 규칙이 돌아온 것이다.

Part III

16시간의 드라마

그런데 오픈 전에 위기가 있었다. 2026년 1월 20일, 엔씨소프트 운영진이 유료 시즌패스 판매와 다중 클라이언트 허용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추가 과금 없음"을 약속해놓고, 오픈도 하기 전에 과금 상품을 예고하다니. 커뮤니티는 즉각 폭발했다.

"이게 무슨 클래식이냐." "그때도 돈 먹을 궁리부터 하네." "역시 엔씨."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인벤 게시판이 불타올랐다. 린저씨들의 분노는 트럭시위로 단련된 실전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 경로를 밟을 분위기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발표 16시간 만인 1월 21일, 엔씨소프트는 유료 시즌패스를 전면 철회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유료 보상 부분을 전부 삭제하고, 월정액 외에는 어떤 과금 요소도 넣지 않겠다고. 역대급의 빠른 손절이었다.

시즌패스 논란 타임라인
  • 01.20
    엔씨소프트, 유료 시즌패스 + 다중 클라이언트 허용 방침 발표.
  • 01.20
    커뮤니티 즉각 폭발. "추가 과금 없다며?" 민심 이탈 시작.
  • 01.21
    16시간 만에 전면 철회. "유료 보상 부분 삭제, 월정액만 유지."
  • 02.07
    프리오픈. "정말 추가 과금 없네"라는 반응. 민심 회복.
Part IV

서버가 터지다

2026년 1월 14일, 사전 캐릭터 생성이 시작되었다. 최초 10개 서버는 7분 만에 마감되었다. 추가 5개 서버를 열었으나 그것도 즉시 마감. 엔씨소프트는 서버를 20개로 증설하고, 전체 서버의 수용 인원까지 늘렸다. 그래도 부족했다.

2월 7일 오후 8시, 프리오픈. 주요 서버는 1분 만에 대기열 수천 명이 쌓였다. 캐릭터를 생성하기까지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새벽에도 3천 명 이상의 접속 대기가 이어졌다. 에펨코리아에는 "오픈 12시간만에 망한 리니지 클래식"이라는 글이 포텐(인기글)에 올라왔다. 물론 "망했다"는 서버가 터질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는 자조적 의미였다.

20+
오픈 서버 수
(3차례 증설)
7분
1차 사전생성
서버 마감 시간
1.5시간
오픈 당일
캐릭터 생성 대기

40대 아저씨들이 이렇게까지 몰린 이유는 단순하다. "그때 그 시절"에 대한 갈증이다. P2W가 없는 리니지. 돈이 아니라 시간으로 승부하는 리니지. 혈맹원들과 새벽까지 사냥을 돌리던 1998년의 리니지. 28년 만에 그 규칙이 돌아왔다고 하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체력이다. 1998년에는 3일을 새워도 라면 한 그릇이면 됐다. 2026년에는 올나잇 한 번에 수액이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Part V

될 수 있을까

월정액 29,700원만으로 엔씨소프트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숫자를 보자. 리니지M은 전성기에 분기당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월정액 모델로는 유저 100만 명이 꾸준히 결제해도 월 297억 원, 연 3,500억 원 수준이다. 리니지M의 전성기 매출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항목 수치 비고
2026.01 주가 216,500원 최저 대비 80% 상승
시가총액 4.57조 원 주간 +3.71%
컨센서스 목표주가 28~31만 원 현재 대비 +30%
2026년 매출 목표 2조 원+ 아이온2 + 리니지 클래식
1분기 영업이익률 전망 25% 적자에서 흑자 전환 기대

하지만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은 단기 매출보다 신뢰 회복이 목적이다. "엔씨소프트는 더 이상 유저를 착취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이 신뢰가 회복되면 후속 콘텐츠, 시즌 업데이트, 그리고 아이온2와의 시너지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무엇보다, 리니지 클래식은 리니지 IP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서버 20개가 터질 정도로 몰려든 40대 린저씨들. 그들은 게임이 아니라 20대의 자기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인지도 모른다.

29,700원.
26년짜리 IP의 마지막 승부수.

1998년 PC방 한 시간 값과 비슷한 이 가격에, 엔씨소프트의 미래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