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이렇게 한다
4편에서 "한 가지만 하라"고 했다. 좋다.
그 한 가지를 고르는 과정을 보여주겠다.
왜 B2B인가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정했다면, 첫 번째 갈림길은 이것이다. 누구에게 팔 것인가. 일반 소비자(B2C)인가, 기업(B2B)인가.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판단한다.
Intelectium의 스타트업 분석에 따르면, B2B SaaS는 평균 3년 안에 흑자전환한다. B2C는 마케팅 비용 때문에 5년 이상 걸린다. 이탈률도 다르다. B2B는 연 3.5%, B2C는 6.5~8%. 기업 고객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바꾸기 어렵다. 전환 비용이 높고, 업무 프로세스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솔로 파운더 중 월 $10K(약 1,300만 원) MRR에 도달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87%는 거기에 이르지 못한다. 살아남는 13%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B2B를 골랐다. 니치 마켓을 택했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겪은 문제를 풀었다.
많은 고객, 낮은 가격
월 $5~$15 가격대. 1만 명 이상의 유료 사용자가 필요하다. 마케팅 비용이 크고, 이탈률이 높다. 규모의 경제가 유일한 무기다.
적은 고객, 높은 가격
월 $50~$300 가격대. 100명이면 사업이 된다. 이탈률이 낮고, 고객이 직접 문제를 설명해준다. 관계 기반 영업.
SaaS Capital의 2025년 벤치마크 보고서에 따르면, 부트스트랩(외부 투자 없이 자력 성장) SaaS 기업의 85%가 손익분기 근처에서 운영되거나 흑자다.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은 절반도 안 된다. 혼자 시작하려면 적은 고객으로 빠르게 흑자에 도달하는 구조가 유리하다. B2B다.
87%는 $10K MRR에 도달하지 못한다.
살아남는 13%의 공통점은
B2B + 니치 + 자기 문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728만 개의 빈자리
B2B를 골랐다. 다음은 어디에서 팔 것인가. 답은 이미 3편에 있었다. 한국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인 728만 개다. 전체 근로자의 81%가 여기서 일한다. 그런데 이 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거의 시작도 안 했다.
OECD의 2025년 중소기업 디지털화 조사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는 100점 만점에 41점이다. AI·IoT·분석 기반 고도화 수준은 11%에 그친다. 대기업 대비 ERP, AI 도입률에서 3~7배 격차가 있다. 국내 SaaS 시장은 2025년 기준 1조 1,430억 원, 연평균 14.9% 성장 중이다. 시장은 크고, 빈자리는 넓다.
3편에서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이게 안 돼서 불편하다"는 같은 규모의 다른 회사도 똑같이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문제를 아는 것 자체가 시장 지식이다.
4편의 Case B를 적용한다. 반복 업무를 제품으로 전환한다. 중소기업에서 매일 수작업으로 하는 것 중 하나를 골라 AI로 자동화한다. 구체적으로, 견적서·제안서 자동 생성을 고른다.
수작업
고객 문의 → 엑셀에서 견적서 작성 → PDF 변환 → 이메일 발송. 건당 30분~1시간. 월 수십 건 반복.
AI 자동화
고객 정보 입력 → AI가 과거 견적 데이터 기반 자동 생성 → 원클릭 발송. 건당 3분. 정확도 80% 이상.
정부 바우처
중소기업 클라우드 바우처로 도입 비용의 80%를 정부가 지원한다. 고객의 진입 장벽이 사라진다.
왜 이것인가. 첫째, 모든 B2B 기업이 견적서를 쓴다. 둘째, 대부분 엑셀이나 워드로 수작업한다. 셋째, 채널톡(상담)이나 Flex(HR)처럼 특정 영역에 특화된 SaaS는 있지만, 견적·제안 영역은 아직 중소기업 가격대의 AI 솔루션이 거의 없다. 넷째, 경쟁자가 아예 없지는 않다. 자비스앤빌런즈 같은 AI 경리 서비스가 누적 9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시장이 있다는 증거다.
연 1.19억 원 — 1인 기업 기준 충분한 수준
정부 바우처 80% 지원 → 고객 실질 부담 월 1.98만 원
90일 실행
시장조사는 끝났다. B2B를 골랐고, 한국 중소기업을 타겟으로 정했고, AI 견적 자동화를 제품으로 결정했다. 이제 만든다. 90일 안에 첫 유료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 랜딩 페이지 1개를 24시간 안에 만든다. 제품 설명, 가격, 시작 버튼. 코드를 짤 필요 없다. Framer, Carrd, 또는 Notion으로 충분하다. 비용 0원.
- 중소기업 대표 또는 경리 담당자 10명에게 전화한다. "견적서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세요? 이런 도구가 있으면 쓰시겠습니까?" 두 가지만 묻는다.
- 5명 이상이 "쓰겠다"고 하면 진행한다. 5명 미만이면 문제를 재정의하고 다른 반복 업무를 찾는다. Dropbox는 제품 없이 설명 영상 하나로 75,000명의 대기 명단을 만들었다. 제품보다 검증이 먼저다.
- AI + 로우코드로 최소 기능을 구현한다. 견적서 템플릿 3개, AI 자동완성, PDF 출력. 이 세 가지만 만든다. 나머지 기능은 전부 버린다. 4편의 제약이론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기능도 병목 하나에 집중한다.
- GitHub Copilot을 쓴다. 개발 속도 55.8% 향상(GitHub 실증). 혼자 만들어야 하므로 AI 코딩 도구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 서버 비용은 월 5만 원 이내로 잡는다. Vercel, Railway, Supabase 같은 스타터 플랜이면 초기에 충분하다. AI API 비용은 사용량 기반이므로 고객이 없을 때는 거의 0원이다.
- Phase 1에서 "쓰겠다"고 한 사람에게 2주 무료 체험을 제공한다.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콜드 메일을 보내는 것보다 전환율이 10배 높다.
- 2주 후 유료 전환을 제안한다. 월 9.9만 원. 정부 클라우드 바우처를 안내하면 실질 부담은 월 2만 원 이하. "안 쓸 이유"를 제거한다.
- 첫 유료 고객이 생기면, 그 고객의 사용 사례를 콘텐츠로 작성한다. 블로그 1편이 SEO 파이프라인의 시작이다. 4편의 Case A(고객이 안 온다)를 동시에 해결한다.
- 첫 고객의 피드백으로 제품을 개선한다. 기능 추가가 아니다. 기존 기능의 정확도와 속도를 올린다. 2편에서 말한 "공헌"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양이 아니라 질이다.
- 월 5개 기업 추가를 목표로 한다. 기존 고객 소개 + SEO 콘텐츠 + 정부 바우처 안내. 3개 채널을 동시에 돌린다.
- 90일 후 목표: 유료 고객 10개, 월 99만 원. 대단한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0에서 1로의 전환이 가장 어렵다. 1에서 100으로는 반복이다.
ChartMogul의 2025년 SaaS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1M ARR(연 13억 원)에 도달하는 SaaS 기업의 중위값은 약 5년이 걸린다. 최상위 기업은 9개월에 도달했다. 90일 안에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90일 안에 시작하겠다는 이야기다.
시장은 있다.
빈자리는 넓다.
도구는 준비되어 있다.
남은 것은 첫 번째 전화를 거는 것뿐이다.
계획은 완벽하지 않다
시작한 사람만이 수정할 수 있다
Case B를 골랐다. 시장을 찾았다. 90일을 설계했다. 4편의 100개 기업이 증명한 것을 한 번 더 적용한다. 한 가지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