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35 · 02 of 05

공헌의
기준

1편에서 방향 없는 성실함의 함정을 해부했다. 그렇다면 성실함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 피터 드러커가 정의한 지식근로자의 5가지 원칙으로,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을 세운다.

Part I — The Shift

To-Do에서 공헌으로

조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정해진 일을 정해진 방법으로 시간 내에 반복하는 사람과, 자기 일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전자는 To-Do를 처리한다. 후자는 공헌을 만든다.

To-Do

처리하는 사람

주어진 업무를 빠짐없이 끝낸다. 시키는 일을 정확하게 한다. 바쁘다. 그러나 대체 가능하다.

Contribution

공헌하는 사람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묻는다. 조직에 긍정적 변화를 제안한다. 바쁘지 않아도 대체 불가능하다.

1편에서 다룬 "처리하는 자리"와 "방향을 다루는 자리"의 구분이 여기서 구체화된다. To-Do를 처리하는 사람은 양(量)에 성실하다. 공헌하는 사람은 질(質)에 성실하다. 이건희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요구한 전환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이 전환의 핵심은 기존 관행을 거부하는 것이다.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를 의심하고,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 자체가 공헌이다. AI, 데이터, 자동화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바꾸는 사람은 To-Do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의 차원을 바꾸는 것이다.

"회사는 일하러 온 곳이지 친목 도모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협업 없이는 공헌도 없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조직의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기여하는 것 없이 좋은 관계만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반대로, 조직에 대한 시니컬한 태도와 뒷담화는 자신의 마음을 굳게 만들어 변화나 도전을 불가능하게 한다. 불평은 성실함을 독으로 바꾸는 가장 빠른 경로다.

Part II — The Five Principles

드러커의 다섯 가지 원칙

피터 드러커는 지식근로자의 효과성을 다섯 가지 원칙으로 정의했다. 단순히 바쁘게 일하는 것과 진짜 일을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01

시간을 관리하라

바쁜 것은 성과가 아니다. 불필요한 일을 제거하고 의미 있는 목표에 집중해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다. 잡무에 묻히면 공헌할 여력이 사라진다.

02

공헌에 집중하라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공헌에서 찾는다. 조직에 긍정적 변화를 제안하는 것이 일의 목적이다. 시키는 일을 끝내는 것은 최소한이지 목표가 아니다.

03

강점에 집중하라

약점을 보완하려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자기만의 독보적 강점을 극대화해 남들이 못하는 가치를 만든다.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 하나를 압도적으로 잘하면 된다.

04

우선순위를 세워라

고객(상사, 동료, 실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판단한다. 내 마음대로 정하는 우선순위는 위험하다. 조직이 원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르다.

05

결정하고 책임져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진다. 지시를 기다리지 않는다.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사람만이 처리하는 자리에서 방향을 다루는 자리로 이동한다.

다섯 가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다. 불필요한 일을 제거하고, 약점 보완을 포기하고, 덜 중요한 것을 뒤로 미루고, 지시 없이 판단한다. 1편에서 다룬 이건희의 라인 스톱과 같은 원리다. 멈출 줄 아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Part III — The Politics

일잘러의 정치력

"정치"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정치력은 줄 서기가 아니라 자원 확보다.

일이 몰릴 때 무조건 감내하는 것은 성실함이 아니다. 1편에서 본 "시스템의 착시"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진짜 실력은 상사와 소통해 업무를 조율하거나 불필요한 일을 없애는 것이다.

Level 01

업무 조율

과부하 상태를 상사에게 명확히 전달한다.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 우선순위를 함께 결정한다.

Level 02

불필요한 일 제거

"이 보고서를 아무도 안 읽습니다. 폐지하면 주 3시간이 확보됩니다." 근거와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일을 줄이는 것도 공헌이다.

Level 03

자원 확보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팀원을 요청하거나 조직 구조를 제안한다. 팀장에서 디렉터로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이것이다.

세 단계를 관통하는 원칙은 같다. 문제를 조용히 안고 있지 말고, 구조적으로 해결하라. 1편에서 이건희가 불량을 칼로 깎는 성실함을 거부한 것과 같다. 과부하를 묵묵히 감내하는 것은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문제를 숨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성과 기반의 인간관계다. 평소에 목표를 함께 달성하며 신뢰를 쌓아둔 사람만이 자원을 요청할 수 있다. 기여 없이 관계만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헌이 먼저, 관계는 그 결과다.

바쁜 사람은 많다
공헌하는 사람은 적다

To-Do를 처리하는 성실함에서, 구조를 바꾸는 공헌으로. 일의 방향을 바꾸면 자리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