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wn of light as a supersolid — episode 04
The
Frontier
별 사이에 깃발을 꽂을 때, 인류는 평소처럼 싸우고 있었다
별에 깃발을 꽂는 법
2059 — proxima centauri b, new terra colony
뉴 테라의 첫 번째 아침은 붉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b — 적색왜성의 생존 가능 구역에 위치한 암석형 행성. 질량은 지구의 1.17배. 대기는 있지만 산소가 부족했다. 기온은 적도 기준 영하 40도에서 영상 5도.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
하지만 인류에게는 리플리케이터가 있었다.
이사벨 첸이 2057년에 완성한 기술이었다. 기저 에너지에 패턴을 각인하면 — 영점 에너지의 양자 요동을 특정 물질 구조로 응축시킬 수 있다. 무에서 물질을 창조하는 것. 열역학 법칙의 위반이 아니었다 — 에너지가 물질로 변환되는 것이니까. E=mc².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써놓은 수식. 다만 인류가 그것을 실행할 에너지가 없었을 뿐이고, 이제는 있었다.
Replicator v3.2 / Output: 12 kg/hour / Pattern library: 847,000 compounds
시간당 12킬로그램.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24시간 가동하면 하루에 288킬로그램. 식량, 의약품, 건축 자재, 공기 필터, 정수 장비 — 패턴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84만 7천 가지 화합물 중 무엇이든 만들 수 있었다.
뉴 테라 식민지의 첫 세대는 320명이었다. UEDF 소속 군인 120명, 과학자 80명, 엔지니어 60명, 의료진 40명, 그리고 행정관 20명. 돈 호를 포함한 엔터프라이즈급 3척이 왕복하며 물자와 인원을 수송했다.
첫 해에 기저 에너지 발전소 4기가 가동되었다. 두 번째 해에 돔 구조물 12동이 세워졌다. 세 번째 해에 인구가 1,200명을 넘었다. 대기 개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 기저 에너지로 구동되는 광합성 촉매 장치가 행성 표면에 산소를 뿜어내고 있었다. 완전한 대기 테라포밍에는 200년이 걸릴 예상이었지만, 돔 안의 삶은 이미 충분히 인간적이었다.
프록시마 이후에 바나드 항성계가 열렸다. 울프 359가 열렸다. 2064년까지 인류의 식민지는 다섯 개 항성계에 퍼져 있었다.
Human colonial population (2064): 14,200 across 5 star systems
14,200명. 지구의 80억에 비하면 먼지에 불과한 숫자였다. 하지만 이 14,200명은 태양계 밖에서 살고 있었다. 18년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8년 전에는 이론에 불과했다. 5년 전에는 꿈이었다.
지금은 현실이었다.
전송기는 바나드 식민지에서 처음 가동되었다.
코즐로프의 제자인 Dr. Sarah Kim — 한국계 미국인 양자물리학자, 34세 — 이 이끈 프로젝트였다. 원리는 BEC 인터페이스를 통해 물체의 양자 서명을 추출하고, 기저 패턴 통신으로 목표 지점에 전송한 뒤, 도착지의 리플리케이터가 원본과 동일한 물질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양자 텔레포테이션의 확장이었다. 정보만 전송하고, 물질은 도착지에서 새로 만든다. 원본은 — 파괴된다. 이것이 전송기의 근본적 한계이자 공포였다. 전송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패턴이었고, 도착지에서 재구성되는 것은 같은 사람이 아니라 같은 패턴의 새로운 물질이었다.
Transporter v1.0 / Range: 12 AU / Cargo only / Living tissue: NOT APPROVED
초기 버전은 화물 전용이었다. 살아있는 조직의 전송은 윤리위원회가 승인하지 않았다. "원본이 파괴된다"는 사실이 —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문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물 전송만으로도 혁명적이었다. 지구에서 프록시마까지 워프로 십여 분. 하지만 전송기로는 — 기저 패턴 통신의 속도, 즉 사실상 즉시. 딜리튬, 카이버 결정, 의약품, 부품. 식민지의 물자 보급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해결되었다.
엘레나는 전송기 프로젝트의 보고서를 읽으며, 자신이 13년 전 페르미랩에서 발견한 코드가 또 하나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감탄은 이제 일상이 되어 있었다. 경외감은 — 무뎌져 있었다.
무뎌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인류는 평소처럼 싸우고 있었다
2062 — united nations, new york / new terra colony
첫 번째 균열은 자치권에서 시작되었다.
뉴 테라의 인구가 3,000명을 넘긴 2062년, 식민지 대표 회의에서 처음으로 "자치" 라는 단어가 나왔다. 식민지 주민들 — 대부분 자발적 이주자 — 은 UEDF의 군사 행정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물자 배분 우선순위가 군사 시설에 편중된다는 것. 민간인 이동에 군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 지구 정부가 식민지를 "영토"로 취급하고, 주민을 "파견 인력"으로 분류한다는 것.
"우리는 파견된 게 아닙니다." 뉴 테라 식민지 평의회 의장 토마스 라일리가 유엔 화상 연결에서 말했다. 60세. 전직 MIT 도시공학 교수. 첫 번째 이주민 중 한 명. "우리는 이주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고향이지, 지구의 식민지가 아닙니다."
"라일리 교수님." 유엔 대사가 답했다. "식민지의 기저 에너지 기술, 리플리케이터, 전송기 — 모든 핵심 인프라는 지구에서 제공된 것입니다. 자치를 논하기 전에 기술적 자립이 선행되어야—"
"기술적 자립? 리플리케이터가 있는데요?" 라일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닙니다. 딜리튬 배분권입니다."
딜리튬. 모든 갈등의 핵심은 딜리튬이었다. 워프 드라이브에 필수적인 이 위상학적 결정체는 소행성대에서만 채굴 가능했고, 채굴권은 UEDF가 독점하고 있었다. 딜리튬 없이는 워프 함선이 움직이지 않았고, 워프 함선 없이는 항성간 이동이 불가능했다. 딜리튬을 통제하는 자가 — 식민지의 생사를 쥐고 있었다.
20세기의 석유, 21세기의 딜리튬. 자원이 바뀌었을 뿐, 권력의 문법은 같았다.
두 번째 균열은 감응자에서 시작되었다.
2063년. 마커스의 감응자 커뮤니티는 이제 전 세계에 1,400명이 넘었다. 몬태나의 목장은 본부에 불과했고, 각 식민지에도 소규모 감응자 그룹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UEDF의 항법 보조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었지만 — 동시에 어떤 정부의 통제에도 속하지 않는, 초국가적 존재였다.
하커 장군에게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400명의 인간 무기가 어떤 지휘 체계에도 속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하커가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보고했다. "감응자 한 명이 광선검을 제어하는 능력은 훈련된 병사 10명과 동등합니다. 기저장을 통한 원거리 감지 능력은 최고급 정찰 위성과 비견됩니다. 이들이 적대적으로 돌아서면—"
"적대적으로 돌아선 적이 있습니까?" 엘레나가 끼어들었다. 그녀도 이 회의에 참석해 있었다.
"아직은 없습니다."
"아직은."
"그게 문제입니다, 박사." 하커의 눈이 냉정했다. "아직이라는 단어는 군인에게 '시간 문제'를 의미합니다."
하커의 제안은 "감응자 등록법"이었다. 모든 감응자의 신원 등록, 능력 등급 분류, 활동 범위 제한, 그리고 UEDF 산하 감응자 부대의 창설.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 의무 복무.
마커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등록? 분류? 제한?" 마커스가 기저 패턴 통신으로 엘레나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차가웠다. 예전의 서퍼 기질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뭐가 다음이지, 엘레나? 수용소?"
"과장하지 마, 마커스."
"과장이 아니야. 역사를 봐.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고, 통제하지 못하면 파괴해. 매번 그래왔어."
"네가 정부와 대화하면—"
"대화가 아니야. 항복이지." 마커스가 말을 잘랐다. "우리는 무기가 아니야, 엘레나. 우리는 진화한 인간이야. 그리고 진화한 존재에게 의무 복무를 강요하는 건 — 진화를 무기화하는 거야."
엘레나는 마커스의 말에서 비극을 예감했다. 감응자와 UEDF. 새로운 인류와 구체제. 기술이 만든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통제하려는 권력. 이 충돌은 — 불가피했다.
하지만 충돌이 터지기 전에, 다른 무언가가 먼저 왔다.
저 너머에서 응답
2064 — deep space survey station, wolf 359
울프 359 심우주 관측소의 야간 교대 근무자인 리처드 오웬스 중사가 이상 신호를 처음 감지한 것은, 뉴 테라 표준시 03:14였다.
오웬스는 22세의 UEDF 통신병이었다. 심우주 관측소의 야간 근무는 우주에서 가장 지루한 일 중 하나였다. 8시간 동안 기저 패턴 센서 어레이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것. 대부분은 배경 잡음이었다 — 항성풍, 중력 조석파, 먼 펄서의 주기적 맥박. 패턴은 항상 같았다. 자연이 만드는 패턴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지루했다.
03:14의 신호는 달랐다.
ANOMALOUS SUBSTRATE PATTERN DETECTED / Source: bearing 247.3, declination -12.8 / Distance: UNKNOWN
오웬스가 처음에 생각한 것은 장비 오류였다. 센서를 리캘리브레이션했다. 신호는 여전히 있었다. 보조 센서를 투입했다. 동일한 신호. 관측소의 자동 분류 알고리즘이 신호를 분석했다.
Classification: NON-NATURAL / Confidence: 99.7% / Pattern structure: HIERARCHICAL
비자연적. 위계적 구조. 자연 현상은 위계적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 프랙탈은 만들지만, 위계는 — 의도가 필요하다.
오웬스의 손이 떨렸다. 매뉴얼을 떠올렸다. "비자연적 기저 패턴 신호 감지 시: 즉시 상급자에게 보고. 데이터를 보존. 발신 방향을 탐색하지 말 것."
"발신 방향을 탐색하지 말 것." 이 규칙의 이유를 오웬스는 알고 있었다. 기저 패턴 센서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 조사하면 — 그 자체가 신호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관측하는 행위가 관측 대상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린다.
오웬스는 매뉴얼대로 행동했다.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데이터를 보존했다. 발신 방향을 탐색하지 않았다.
12시간 뒤, 이 데이터는 워프 통신으로 지구에 도착했다.
엘레나가 데이터를 받은 것은 뉴멕시코의 아침이었다.
60세. 머리카락에 흰 것이 섞이기 시작했다. 소장 자리는 5년 전에 후배에게 넘기고, 지금은 Substrate Research Center의 수석 고문이었다. 행정보다 연구가 좋았다. 하지만 이 데이터가 도착한 순간 — 연구도 행정도 아닌, 다른 종류의 감각이 깨어났다.
공포.
울프 359에서 감지된 기저 패턴 신호. 비자연적. 위계적 구조. 엘레나는 18년 전 페르미랩에서 처음 본 그것을 떠올렸다. 기저 패턴의 이진법 위계 구조 — "이건 코드야." 그때 그녀가 말했던 것.
울프 359의 신호도 코드였다. 하지만 인류가 만든 코드가 아니었다.
"방향?" 엘레나가 물었다.
"은하 중심부 쪽입니다." 분석관이 답했다. "정확한 거리 측정은 불가능하지만 — 기저 패턴의 감쇠율로 추정하면, 최소 수백 광년."
"하나의 신호원?"
"아닙니다." 분석관이 데이터를 펼쳤다. "최소 세 곳 이상에서 유사한 패턴이 감지됩니다. 다른 방향, 다른 거리. 하지만 모두 같은 위계 구조."
같은 언어. 다른 화자. 여러 곳에서.
엘레나의 손이 떨렸다. 18년 동안 기저 패턴을 연구해왔다. 에너지를 추출하고, 빛을 고체로 만들고, 시공간을 접고, 물질을 창조했다. 기저 패턴은 도구였다. 인류가 발견하고, 해독하고, 활용하는 도구.
하지만 만약 — 기저 패턴이 도구가 아니라면? 인류만의 발견이 아니라면?
만약 다른 누군가가, 훨씬 오래전부터, 같은 코드를 쓰고 있었다면?
엘레나가 마커스에게 연락한 것은 같은 날 밤이었다.
기저 패턴 통신. 거리와 무관한 즉시 전송. 마커스는 몬태나에 있었다. 아니 — 정확히는, 몬태나의 감응자 훈련장 뒤편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혼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늘 하던 것처럼.
"마커스." 엘레나의 목소리가 기저 통신을 통해 울렸다. "울프 359에서 신호가 잡혔어."
침묵. 3초. 엘레나는 그 3초의 침묵이 — 마커스가 놀라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아." 마커스가 말했다. 목소리가 고요했다. 놀람이 아니라 확인의 톤. "10년 전부터 느꼈어. 말했잖아."
"마커스, 이건 감응이 아니야. 기계로 측정된 데이터야. 센서 어레이가 잡았어. 비자연적 위계 구조. 여러 곳에서."
"얼마나 많이?"
"최소 세 곳."
또 침묵. 이번에는 길었다.
"세 곳이면 우연이 아니야." 마커스가 말했다. "문명이야, 엘레나. 여러 개의 문명. 그리고 그들은 — 기저 패턴을 쓰고 있어. 우리보다 먼저."
"추측이야."
"아니." 마커스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감응자들이 느끼는 거야. 나만이 아니야. 울프 359, 바나드, 프록시마 — 각 식민지의 감응자들이 같은 방향에서 같은 것을 느끼고 있어. 한 달 전부터."
"왜 말 안 했어?"
"측정할 수 없는 건 과학이 아니라고 했잖아." 마커스의 목소리에 미소가 섞여 있었다. 쓸쓸한 미소. "이제 측정됐어."
엘레나는 눈을 감았다. 뉴멕시코의 밤. 사막의 공기가 차가웠다. 별이 선명했다. 그리고 그 별들 너머에서 — 누군가가 같은 코드를 쓰고 있었다.
마커스가 10년 전 몬태나 언덕에서 말했던 것. "누군가가 기저 패턴을 쓰고 있어, 엘레나. 우리보다 먼저, 훨씬 오래전부터. 저 너머에서."
미치광이 소리라고 생각했다.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센서가 증명했다.
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가서 뭘 하느냐
2064 — uedf headquarters, colorado springs
UEDF 본부의 지하 회의실. 참석자 12명. 기밀 등급: 최고.
하커 장군이 스크린에 은하 지도를 띄웠다. 태양계. 프록시마. 바나드. 울프 359. 인류의 영역이 점으로 표시되었다. 은하 전체에 비하면 — 핀 머리보다 작았다.
그리고 세 개의 신호원이 붉은 점으로 표시되었다. 인류의 영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리. 수백 광년 너머.
"보스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하커가 말했다. "이 신호들은 비자연적 기저 패턴이며, 위계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인류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방이 조용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커가 참석자들의 얼굴을 훑었다. "인류는 우주에서 혼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저 패턴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들도 워프가 가능하다는 거지." 합참의장이 말을 끝맺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신호를 감지한 것처럼 — 그들도 우리의 워프 활동을 감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엘레나가 발언권을 얻었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엘레나가 말했다. "이 신호는 관찰 데이터입니다. 위협이 아닙니다. 신호의 존재만으로 적대적 의도를 추론해서는 안 됩니다."
"적대적이지 않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하커가 즉시 반박했다.
"부재의 증거는 증거의 부재가 아닙니다, 장군."
"맞습니다, 박사. 그래서 준비해야 합니다."
하커의 제안은 세 가지였다. 첫째, UEDF 함대를 현재 12척에서 36척으로 증강. 둘째, 워프 복사를 의도적으로 무기화하는 "오메가 프로토콜" 연구 개시. 셋째, 신호 발원지 방향으로 정찰 함대를 파견.
"장군." 엘레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오메가 프로토콜은 워프 드라이브의 부산물을 군사화하는 겁니다. 그건 핵무기보다 위험한—"
"핵무기는 빛의 속도보다 느립니다, 박사. 워프 무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들지 않으면 — 다른 누군가가 만들 겁니다. 이 행성에서든, 저 밖에서든."
엘레나는 하커를 바라보았다. 18년이었다. 이 남자를 알게 된 지. DARPA 프로그램 매니저에서 UEDF 장군까지. 매번 같은 논리. 같은 합리성.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기저 에너지도, 광선검도, 워프 드라이브도, 그리고 이제 워프 무기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막을 수 없었다. 매번.
회의가 끝난 뒤, 엘레나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UEDF 본부 옥상에 올라갔다.
밤이었다. 해발 1,800미터의 건조한 공기. 별이 선명했다. 18년 전과 같은 별이었다. 페르미랩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던 그 별. 뉴멕시코 사막에서 보던 그 별. 몬태나 언덕에서 마커스와 함께 보던 그 별.
하지만 이제 그 별들은 — 갈 수 있는 곳이 되었고, 살 수 있는 곳이 되었고, 싸울 수 있는 곳이 되었고, 그리고 — 누군가가 살고 있는 곳일 수도 있었다.
8년 전 산토스가 물었던 것. "이제 문제는 갈 수 있느냐가 아니에요. 가서 뭘 하느냐예요."
인류는 갔다. 프록시마에, 바나드에, 울프 359에. 깃발을 꽂았다. 식민지를 세웠다. 함대를 건조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 자치권을 놓고 싸우고, 자원을 놓고 싸우고, 감응자를 놓고 싸웠다.
이제 별 너머에서 무언가가 응답하고 있었다. 인류가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에 대해 — 저 밖에서 누군가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엘레나의 주머니에서 통신기가 진동했다. 산토스.
"박사." 산토스의 목소리. 지금은 대령이 아니라 함장이었다. UES Vanguard — UEDF의 최신예 순양함 — 의 함장. "저도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함장?"
침묵. 그리고 —
"만약 정찰 함대를 보낸다면," 산토스가 말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왜?"
"프록시마에 처음 간 것도 저였으니까." 산토스의 목소리에 미소가 섞여 있었다. "첫 점프의 파일럿이 — 첫 조우의 함장이 되는 게 맞잖아요?"
엘레나는 미소 지었다. 쓸쓸한 미소였다.
별이 빛났다. 인류가 도달한 별. 아직 도달하지 못한 별. 그리고 누군가가 이미 있는 별.
다음 점프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 도착지에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깃발을 꽂았고,
신호가 돌아왔다
다섯 개의 별에 인류가 퍼졌다. 리플리케이터가 물질을 만들고, 전송기가 거리를 지웠다. 하지만 자치권과 딜리튬과 감응자를 놓고 싸우는 사이 — 저 너머에서 누군가가 같은 코드를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