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wn of light as a supersolid — episode 03

First
Jump

4.3광년을 0.7초 만에. 그리고 도착지에서 무엇이 타버렸는가

part i — warp theory

시공간을 접는 법

2055 — substrate research center, new mexico

안드레이 코즐로프는 자기 칠판을 가져왔다.

뉴멕시코 연구소에 도착한 첫날, 러시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는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물었다. "화이트보드 말고 칠판은 없나요?" 없다고 하자 다음 날 트럭에 실려 온 것이 2미터짜리 녹색 칠판이었다. 분필 가루가 컴퓨터에 좋지 않다는 이사벨의 항의를 무시하고, 코즐로프는 칠판 앞에 섰다.

47세. 모스크바 국립대학 이론물리학 교수 출신. 2048년에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러시아 정부가 기저 패턴 연구를 군사 기밀로 분류하고, 모든 민간 연구자에게 국방부 소속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코즐로프는 논문을 쓰고 싶었지, 무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뉴멕시코에서 만들려는 것이 결국 무기가 될 줄은 — 아직 아무도 몰랐다.

"알큐비에레 메트릭." 코즐로프가 칠판에 텐서 방정식을 써내려가며 말했다. 러시아 억양이 섞인 영어. "1994년에 멕시코 물리학자가 제안한 거요. 우주선 앞의 시공간을 수축하고, 뒤를 팽창시킨다. 우주선은 가만히 있고, 시공간이 움직인다."

"이론적으로는 아름답죠." 엘레나가 코즐로프의 방정식을 읽었다. "문제는 에너지예요. 알큐비에레 본인 계산으로, 워프 버블을 만들려면 목성 질량의 음에너지가 필요해요."

"그건 일반상대론만으로 계산했을 때 이야기요." 코즐로프가 분필을 들어 올렸다. "기저 패턴이 있으면 달라져요."

코즐로프의 이론은 이랬다. 알큐비에레 드라이브는 시공간 곡률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반상대론의 틀 안에서는 천문학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저 패턴은 시공간 직물 자체의 소스코드다. 코드를 직접 조작하면 — 시공간 곡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에게 스스로 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운영체제를 해킹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드웨어를 물리적으로 변형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레벨에서 설정값을 바꾸는 것.

"비대칭 기저 패턴 조작." 코즐로프가 칠판에 새로운 방정식을 쓰기 시작했다. "전방의 기저 패턴 밀도를 높이고, 후방을 낮추면 — 워프 버블이 자연스럽게 형성돼요. 에너지 요구량은 알큐비에레의 10의 마이너스 18승."

"10의 마이너스 18승?" 이사벨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러면..."

Warp bubble energy requirement: 2.4 TW / 0.7 sec burst

"기저 에너지 추출기 대형 모델 4기의 동시 출력이면 되요." 코즐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수준이에요. 이론상."

"이론상." 엘레나가 반복했다.

"이론상 가능하다는 건 실험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에요, 보스 박사." 코즐로프가 미소 지었다. 칠판 위의 분필 가루가 그의 검은 스웨터에 하얗게 묻어 있었다.

* * *

문제는 워프 버블의 안정성이었다.

기저 패턴으로 시공간을 접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접힌 시공간이 0.7초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 버블 경계의 에너지 밀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제어 장치가 필요했다. 기저 에너지의 출력은 충분했지만, 밀리초 단위의 피드백 루프를 유지하려면 기저 패턴과 직접 공명하는 물질이 필요했다.

"딜리튬." 코즐로프가 소행성 분석 데이터를 화면에 띄웠다. "소행성대에서 발견된 위상학적 결정체. 물질-반물질 반응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고, 기저 패턴과 자연적으로 공명해요."

"유로파의 카이버 결정과 다른 건가요?" 이사벨이 물었다.

"사촌 같은 거요." 코즐로프가 두 결정의 분자 구조를 나란히 띄웠다. "카이버는 빛을 고체화하는 데 특화되어 있고, 딜리튬은 에너지 흐름 제어에 특화되어 있어요. 같은 기저 패턴의 다른 표현형이에요."

DARPA가 소행성대 채굴 프로그램에 즉시 예산을 배정했다. 무인 채굴선 세 척이 소행성 벨트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데 4개월. 딜리튬 결정 총 1.2톤.

그 사이, 돈 호가 개조되었다. 기저 에너지 추출기를 4기로 증설하고, 선체 전면에 딜리튬 공명 격자를 장착했다. 워프 코어. 돈 호의 심장이 교체된 것이다.

USS Dawn / Refit complete / Warp core: online

엘레나는 개조된 돈 호의 엔진룸에 서서, 딜리튬 격자가 기저 에너지와 공명하며 내는 저주파 험을 들었다. 코즐로프의 이론. 이사벨의 결정 공학. 마커스의 직감. 하커의 예산.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우주선 안에 담겨 있었다.

"테스트는?" 엘레나가 물었다.

"무인 워프 테스트를 3회 완료했어요." 코즐로프가 태블릿을 건넸다. "화성 궤도까지. 왕복 성공. 버블 안정성 99.7%."

"0.3%는?"

"버블 경계에서 미세한 에너지 유출이 있어요. 치명적이진 않지만 — 도착 지점에 일정량의 고에너지 복사가 방출돼요."

"얼마나?"

"비행기 탑승 수준의 피폭이에요. 무시할 수 있어요."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 탑승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었다. 0.3%의 불완전함은 — 공학에서 항상 존재하는, 수용 가능한 오차 범위였다.

그 0.3%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된다.

part ii — the jump

프록시마 센타우리

2056.03.14 — earth orbit, dawn command bridge

마리아 산토스가 조종석에 앉았다.

돈 호의 함교는 좁았다. 승무원 12명. 최소 인원이었다. 워프 비행은 이론적으로 안전했지만 —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항상 시체가 눕는다. 자원자만 탑승한다는 원칙이었다.

산토스는 자원한 첫 번째 사람이었다.

"왜 지원했어요?" CNN 기자가 출발 전 인터뷰에서 물었다.

"제가 가장 빠른 사람이거든요." 산토스가 웃었다. "화성까지 72시간. 그 기록 보유자가 접니다. 이제 더 빠른 기록을 세우러 가는 거죠."

36세.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 어머니는 물리학 교사, 아버지는 택시 운전사. 공군 장학생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NASA에 합류한 뒤 돈 호의 첫 시험 비행 파일럿이 되었다. 화성 72시간. 그리고 이제 — 프록시마 센타우리.

지구 궤도의 돈 호. 아래로 지구의 푸른 곡면. 위로 별이 가득한 진공.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 도쿄 시부야. 런던 트라팔가. 서울 광화문. 상파울루에서는 산토스의 어머니가 TV 앞에 앉아 있었다.

* * *

엘레나는 휴스턴 미션 컨트롤에 있었다.

존슨 우주 센터의 대형 스크린에 돈 호의 텔레메트리가 실시간으로 표시되었다. 워프 코어 출력, 딜리튬 공명 안정도, 기저 실드 상태, 승무원 생체 데이터. 코즐로프가 옆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이사벨이 그 옆에서 결정 공명 데이터를 모니터하고 있었다.

하커 대령이 — 아니, 이제 하커 준장이었다 — 맨 뒷줄에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펜타곤에서 온 두 명의 장군과 함께.

"돈, 이쪽은 휴스턴." 엘레나가 통신 채널을 열었다. "시스템 최종 점검 상태 보고."

"휴스턴, 돈입니다." 산토스의 목소리. 침착했다. "모든 시스템 정상. 워프 코어 대기 상태. 딜리튬 공명 98.6%. 기저 실드 가동 중. 승무원 전원 가속 의자 고정 완료."

"워프 코어 충전 시작."

Warp core charging: 0% ... 27% ... 54% ... 83% ... 100%

미션 컨트롤이 조용해졌다. 200명의 과학자, 엔지니어, 군인이 숨을 죽였다. 코즐로프의 손톱 물어뜯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돈, 워프 코어 완충. 점프 시퀀스 시작." 엘레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의지로 눌렀다. "카운트다운 개시."

"카운트다운 확인." 산토스가 응답했다. "10초."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초대형 스크린에 숫자가 표시되었다. 10. 수십만 명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T-10 ... T-9 ... T-8 ...

코즐로프가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멈추고 두 손을 모았다. 기도하는 것 같았다.

T-7 ... T-6 ... T-5 ...

"딜리튬 공명 안정." 이사벨이 보고했다.

"워프 버블 형성 개시." 산토스의 목소리.

T-4 ... T-3 ...

엘레나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미완성 논문 위에 쓰러진 남자. 기저 패턴의 존재를 처음 이론화한 사람. 미치광이 소리를 들으며 죽은 사람. 아버지가 꿈꿨던 것이 — 지금 이 순간.

T-2 ... T-1 ...

"Jump."

돈 호가 사라졌다.

궤도 카메라 영상에서 — 480미터의 은색 우주선이 있던 자리에, 섬광이 한 번 번쩍였다. 청백색. 1초도 안 되는 순간.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빈 궤도. 별만 남은 진공.

미션 컨트롤이 얼어붙었다.

텔레메트리 화면에 "SIGNAL LOST"가 떴다. 당연했다. 돈 호는 이제 4.3광년 너머에 있다. 전파가 돌아오려면 4.3년이 걸린다. 하지만 — 기저 패턴 통신이 있었다. 거리와 무관하게 기저장의 요동을 감지하는 방식. 아직 실험 단계였다. 대역폭이 낮았다. 하지만 "도착했다/안 했다" 정도의 바이너리 신호는 보낼 수 있었다.

7초가 지났다. 아무 신호도 없었다.

12초.

코즐로프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사벨이 결정 공명 데이터를 미친 듯이 리프레시하고 있었다. 하커 준장이 팔짱을 풀었다.

18초.

엘레나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숨을 들이마셨다. 떨렸다.

22초.

SUBSTRATE PATTERN SIGNAL DETECTED

기저 패턴 수신기에 신호가 잡혔다. 미약했다. 4.3광년 거리에서 온 — 지금까지 인류가 수신한 가장 먼 곳에서 온 신호.

바이너리. 1. 도착.

코즐로프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사벨이 화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엘레나의 눈에 물이 고였다.

3초 뒤, 두 번째 신호가 왔다. 이번에는 바이너리가 아니었다. 기저 패턴 통신으로 인코딩된 음성. 대역폭이 낮아서 거칠었지만 — 산토스의 목소리였다.

"Houston, Proxima Centauri confirms visual." 노이즈 사이로 산토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We made it."

미션 컨트롤이 터졌다. 200명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코즐로프가 옆 사람을 — 면식도 없는 NASA 엔지니어를 — 껴안았다. 이사벨이 의자에 주저앉으며 울었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환성이 올라갔다. 시부야에서. 트라팔가에서. 광화문에서. 상파울루에서 산토스의 어머니가 TV를 붙잡고 울었다.

엘레나는 콘솔에 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주변의 환호 속에서 그녀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4.3광년. 빛의 속도로 4년 3개월. 돈 호는 0.7초 만에 건넜다.

인류는 항성간 종이 되었다.

part iii — the wake

도착지에서 타버린 것들

2056.03.14 — proxima centauri orbit, 22 minutes after jump

돈 호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외곽 궤도에 정지해 있었다.

산토스가 처음으로 한 일은 창밖을 보는 것이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 적색왜성. 태양보다 작고, 어둡고, 붉었다. 하지만 별이었다. 태양계가 아닌 곳의, 다른 별. 산토스의 헬멧 바이저에 붉은 빛이 반사되었다.

"아름답군." 부조종사 리우 중위가 말했다.

"그래." 산토스가 답했다. "근데 먼저 할 일이 있어."

점프 전에 프록시마 궤도에 미리 보내둔 무인 관측 위성이 두 기 있었다. 돈 호의 도착 데이터를 수집하고, 워프 버블의 특성을 측정하기 위해 6개월 전에 이온 추진으로 날려보낸 것이다.

산토스가 위성 통신을 시도했다. 응답이 없었다.

"프록시마 옵저버-1, 돈입니다. 응답하라." 침묵. "프록시마 옵저버-2, 돈입니다. 응답하라."

침묵.

"장비 오류일 수 있어요." 리우 중위가 말했다.

"두 기 동시에?" 산토스가 고개를 저었다. "위치 추적해."

돈 호의 센서가 위성의 예상 궤도를 스캔했다. 옵저버-1은 돈 호의 도착 지점에서 800킬로미터 거리에 배치되어 있었어야 했다. 옵저버-2는 1,200킬로미터.

옵저버-1의 위치에서 센서가 잡아낸 것은 — 금속 파편이었다. 녹은 티타늄 합금 조각들이 궤도를 따라 퍼져 있었다. 위성의 잔해.

Observer-1: DESTROYED / Observer-2: DESTROYED

산토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파일럿의 본능. 먼저 데이터를 확인하고, 감정은 나중에.

"잔해 분석." 산토스가 명령했다.

과학 장교가 잔해의 열 분석을 돌렸다. 결과가 나오는 데 4분.

Debris thermal signature: consistent with exposure to high-energy radiation burst / Estimated energy: 4.2 × 10^18 J

"4.2 곱하기 10의 18승 줄." 과학 장교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건... 1메가톤 핵폭탄의 에너지입니다."

함교가 조용해졌다.

"워프 버블이요." 산토스가 천천히 말했다. "도착할 때 — 버블이 붕괴하면서 에너지가 방출된 거야."

"코즐로프 박사의 보고서에는 '비행기 탑승 수준'이라고—"

"그건 버블 안쪽이야." 산토스가 말을 잘랐다. "우리는 안전해. 하지만 버블 바깥쪽 — 도착 지점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은—"

산토스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녹은 티타늄 잔해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 *

돈 호가 워프로 귀환한 뒤, 데이터 분석 결과가 코즐로프의 책상 위에 놓였다.

러시아인의 얼굴이 — 엘레나가 아는 한 — 처음으로 늙어 보였다.

"0.3%." 코즐로프가 중얼거렸다. "0.3%의 에너지 유출."

"0.3%가 1메가톤이에요, 안드레이."

"알아요." 코즐로프가 데이터를 내려다보았다. "총 에너지가 2.4테라와트에 0.7초니까... 0.3%면... 맞아요. 도착 지점 반경 500킬로미터에 핵폭탄급 복사가 쏟아지는 거예요."

침묵이 흘렀다.

"고칠 수 있어요?" 엘레나가 물었다.

"시간이 필요해요. 딜리튬 격자의 공명 효율을 99.99% 이상으로 올리면 — 이론적으로는 유출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기술로는..."

"얼마나 걸려요?"

"5년? 10년? 모르겠어요."

엘레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뉴멕시코의 사막.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이 붉었다.

프록시마에서 녹아내린 위성 두 기. 만약 그 자리에 우주 정거장이 있었다면. 식민지가 있었다면. 사람이 있었다면.

워프는 이동 수단이었다. 동시에 — 대량 살상 무기였다.

워프 버블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part iv — uedf

가서 뭘 하느냐

2056.06 — the pentagon, arlington, virginia

청문회는 비공개였다.

상원 군사위원회. 상원 과학위원회. 합동참모본부. CIA. NSA. NASA. DARPA. 그리고 엘레나 보스, 안드레이 코즐로프, 마리아 산토스. 방 안에 40명. 기록은 기밀로 분류되었다.

"간단하게 묻겠습니다, 보스 박사." 군사위원장이 마이크를 당겼다. "워프 드라이브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까?"

엘레나은 이 질문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가슴이 무거웠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엘레나가 답했다. "워프 버블을 도착 지점이 아닌 목표물 근처에서 붕괴시키면, 해당 반경 내에 핵폭탄급 복사를 방출할 수 있습니다. 탐지나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워프는 빛보다 빠르니까요."

방이 조용해졌다. 40명의 미국 최고위 의사결정권자들이 그 의미를 소화하고 있었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무력화된다는 뜻이군요." 합참의장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현존하는 어떤 방어 체계도 워프 공격을 감지하거나 요격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도 이 기술을 가질 수 있습니까?"

"시간 문제입니다." 코즐로프가 끼어들었다. "이론은 이미 공개되어 있어요. 기저 에너지 추출기와 딜리튬만 확보하면, 3년에서 5년 안에 어떤 선진국이든 워프 드라이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커 준장이 발언 기회를 얻었다.

"의원님들." 하커가 일어섰다. 등이 곧았다. 목소리가 분명했다. "10년 전 페르미랩의 발견 이후, 기저 에너지는 에너지 패러다임을, 광선검은 전투 패러다임을, 그리고 이제 워프 드라이브는 전략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과학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 안보의 문제입니다."

하커가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화면에 조직도가 표시되었다.

"United Earth Defense Force. 통합 우주 방위군. 워프 기술을 보유한 함대를 건조하고, 항성간 영토를 방어하며,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는 통합 군사 조직을 제안합니다. 미국이 주도하되, 동맹국의 참여를 허용하는 구조입니다."

"위협이라면?" 과학위원장이 물었다.

"지금은 다른 국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별에 도달한 이상 — 별에서 올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엘레나는 하커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변하지 않았다. 기저 에너지를 처음 본 날 "이건 패권이에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 워프 드라이브를 처음 본 날에도 같은 계산을 하고 있었다.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지렛대였고, 지렛대는 힘의 방정식을 바꿨고, 바뀐 방정식에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

합리적이었다. 체계적이었다. 그래서 막을 수 없었다.

* * *

UEDF는 3개월 만에 창설되었다.

하커가 소장으로 진급했다. 초대 UEDF 작전사령관. 식민 함대 건조 프로그램이 즉시 시작되었다. 돈 호 급 우주선 — 이제 '엔터프라이즈 급'이라고 불렸다, 누군가가 그 이름을 제안한 뒤 — 12척의 동시 건조. 각 함선에 워프 코어, 기저 실드, 광선검 무장.

코즐로프는 워프 복사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팀을 이끌었다. 엘레나가 예산을 확보해주었다. 하지만 펜타곤은 "현재 버전"의 양산을 멈추지 않았다. 0.3%의 에너지 유출? 군인들에게 그것은 버그가 아니라 — 기능이었다.

이사벨은 카이버 결정의 대량 생산 라인을 설계했다. 유로파의 자연 결정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었고, 인공 합성 기술이 필요했다. 이사벨은 그 일을 해내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결정의 60%가 UEDF로 갔다. 40%가 산업용.

마커스와 감응자들은 — 참여를 거부했다. 하커의 "감응자 프로그램" 제안을 다시 한 번 거절했다. 하지만 완전한 고립은 아니었다. 몬태나의 감응자 커뮤니티는 이제 200명을 넘었고, 그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UEDF의 항법 보조 역할을 수행했다. 감응자의 기저장 감지 능력은 워프 항법에서 기계보다 정확했기 때문이다.

마커스 자신은 — 여전히 몬태나에 있었다. 엘레나에게 가끔 연락했다.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레나는 알고 있었다. 마커스가 여전히 듣고 있다는 것을.

* * *

UEDF 창설 기념식 날 밤, 엘레나는 펜타곤 주차장에서 산토스를 만났다.

산토스는 UEDF 제복을 입고 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은색 날개 문양. 계급장은 대령. 돈 호의 정식 함장으로 임명된 직후였다.

"축하해요, 함장." 엘레나가 말했다.

"고마워요, 박사." 산토스가 미소 지었다. 하지만 미소가 눈까지 닿지 않았다. "프록시마에서 돌아온 뒤로... 계속 생각해요."

"위성?"

"네. 녹은 티타늄 조각들이요." 산토스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알링턴의 빛 오염 때문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 첫 점프를 했잖아요.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곳에 간 사람. 영웅이라고들 하더라고요."

"맞는 말이에요."

"근데 그 영웅적인 비행의 부산물이 핵폭탄급 복사예요. 만약 프록시마에 뭔가가 살고 있었으면 — 제가 도착하는 순간 죽었을 거예요." 산토스가 고개를 돌려 엘레나를 보았다. "이제 문제는 갈 수 있느냐가 아니에요, 박사. 가서 뭘 하느냐예요."

엘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산토스의 질문에 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답이 너무 많아서였다.

식민지. 자원. 영토. 무기. 탐험. 발견. 접촉. 전쟁. 평화. 인류가 별에 도달하면 할 수 있는 모든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10년 전 페르미랩 지하에서 빛이 얼어붙었을 때, 엘레나는 그것이 코드라고 생각했다. 우주의 소스코드. 읽으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코드를 읽는 것과, 그 코드로 무엇을 하느냐는 — 전혀 다른 문제였다.

엘레나는 펜타곤 주차장에서 알링턴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방향이라는 것을 엘레나는 알고 있었다.

인류가 도달한 곳. 도달하면서 태운 곳. 그리고 다시 갈 곳.

별에 도달한 날,
인류는 선택을 시작했다

4.3광년을 0.7초 만에. 환호와 함께 도착했고, 잿더미 위에 서 있었다. 이제 문제는 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 가서 뭘 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