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al Analysis — Unjust Enrichment

그 돈은
누구의 것인가

빗썸 오지급 130억 원을 가져간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수익화 경로, 법적 결과, 판례, 그리고 현실적인 시나리오.

Part I

40분의 기회

2026년 2월 6일 오후 7시, 249명의 빗썸 이용자 계좌에 비트코인이 쏟아져 들어왔다. 1인당 최소 2,000 BTC. 당시 시세로 약 1,960억 원. 이 돈이 장부에 찍힌 순간부터 거래가 차단된 오후 7시 40분까지, 정확히 40분의 시간이 있었다.

그 4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대부분의 수령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앱을 열어보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달랐다.

수익화 경로
계좌에
BTC 입금
빗썸 내
시장가 매도
원화 잔고
전환
은행 계좌
출금

경로는 단순하다. 빗썸 내에서 비트코인을 시장가로 매도하면 수 초 안에 원화 잔고로 전환된다. 그리고 원화를 연결된 은행 계좌로 출금 요청하면, 빗썸은 보통 실시간 처리한다.

다만 결정적인 병목이 하나 있다. 사고 시각은 오후 7시 — 은행 영업시간 밖이다. 소액은 실시간 이체가 가능하지만,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대량 출금은 한도 제한에 걸린다. 빗썸은 계정 등급에 따라 원화 출금 한도를 차등 적용하고, 한도 상향에는 원화 입금 후 30일 경과 + 누적 매수 5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1,788 BTC가 매도되었다. 이 중 93%인 1,663 BTC는 빗썸이 회수했다. 하지만 약 125 BTC 상당 — 약 130억 원은 원화로 전환되어 은행 계좌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빗썸은 "외부 전송(타 거래소/개인 지갑)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온체인 전송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빗썸이 보유한 실물 비트코인은 약 5만 개뿐이었고, 62만 개는 장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코인이었다.

62만 개의 비트코인 중 실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매도할 수 있었던 것은 장부의 숫자뿐이었다.

Part II

법은 뭐라고 하는가

계좌에 갑자기 2,000억 원이 찍히면 사람은 두 가지를 떠올린다. "어떻게 된 거지?""이거 내 돈이 될 수 있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왔다. 시스템 오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 법률이 명확하게 제시한다.

01

부당이득 반환 의무

민법 제741조 — 반환은 '선택'이 아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 이벤트 보상 62만 원을 받기로 한 사람에게 62만 BTC가 입금된 것은 법률상 원인이 없다. 반환 의무가 자동으로 발생한다. 소멸시효는 10년. 빗썸이 10년 안에 소송을 안 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02

횡령죄 — 알면서 쓰면 범죄

대법원 2010도891 — 착오송금도 횡령이다
대법원은 "착오로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금전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수취인과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고, 이를 알면서 인출하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 2,000원짜리 이벤트에서 2,000 BTC(약 1,960억 원)를 받고 "정당한 보상인 줄 알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03

빗썸 이용약관

제8조 — 회수 권한이 이미 명시되어 있다
"서비스 오류, 전산장애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제3자 소유의 가상자산을 권한 없이 취득하거나 전송 받게 될 경우, 회사는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 후 해당 가상자산을 회수하거나 원상회복 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가입 시 동의한 약관에 이미 명시된 조항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민법은 반환하라 하고, 형법은 안 돌려주면 처벌한다 하고, 약관은 빗썸이 회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내 돈이 될 수 있는'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Part III

선례가 말하는 결말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오지급/오송금을 받고 돈을 써버린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기록이 말해준다.

Case 01 — Korea, 2018
삼성증권 유령주식
유령주식 105조 원 / 매도 약 1,100억 원
직원 16명이 유령주식을 시장에 매도. 대법원 유죄 확정 — 징역 1년(집행유예 2~3년), 벌금 1,000~2,000만 원. 별도 민사소송에서 47억 7,000만 원 배상 판결. 전원 징계 해고.
Case 02 — Australia, 2021
Crypto.com 오송금
AU$10,474,143 (약 93억 원)
$100 환불 처리 중 계좌번호를 금액란에 입력. 수령자 Manivel은 오송금으로 고급 주택(AU$1.35M) 구매. 결과: 18개월 사회봉사 + 자산 반환 명령. 파트너 Singh은 징역 3년.
Case 03 — USA, 2021
BlockFi BTC 오지급
1인당 최대 701.4 BTC
프로모션 보너스를 USD 대신 BTC로 지급. BlockFi는 "오후 5시까지 미반환 시 범죄에 해당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메일 발송. 반환 시 $500~$1,000 보상. 대부분 반환.
Case 04 — USA, 2020
씨티은행 Revlon 오송금
$900,000,000 (약 1.2조 원)
이자 $7.8M만 보내려다 원금 $900M까지 오송금. 1심: 수취인 승소("정당한 지급으로 믿었다"). 2심: 역전 — 전액 반환 명령. "실수를 알았어야 했다"는 기준 적용.

4개 사건, 3개 국가, 그리고 결론은 같다. 받을 자격이 없는 돈을 알면서 쓰면, 반드시 돌려주게 된다. 씨티은행 사건처럼 1심에서 잠깐 이기더라도 결국 뒤집힌다. 삼성증권 사건처럼 형사처벌에 민사배상까지 더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Part IV

만약에 — 시나리오 분석

법적 결론은 명확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이것이다. "정말로 어떤 경우에도 안 되는 건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를 하나씩 검증한다. 아래는 법적 분석이며, 실행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Scenario 01
"이벤트 보상인 줄 알았다"
선의(善意) 주장으로 반환 의무를 피할 수 있는가
2,000원짜리 랜덤박스 이벤트에서 2,000 BTC(약 1,960억 원)가 입금되었다. "금액의 규모를 보지 못했다", "비트코인 개수를 원화로 환산할 줄 몰랐다"는 주장이 가능할까. 대법원은 2017도17494 판결에서 "반환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2,000원과 1,960억 원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씨티은행 Revlon 항소심에서도 "실수를 알았어야 했다(inquiry notice)"는 기준이 적용되었다.
Fail — 선의 입증 불가
Scenario 02
"매도 후 해외로 보냈다"
원화를 해외 계좌로 이전하면 추적을 피할 수 있는가
원화를 은행 계좌로 출금한 뒤 해외 송금을 시도하는 시나리오. 문제가 겹겹이 쌓인다. 첫째, 1,000만 원 초과 해외 송금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보고된다. 둘째, 수십억 원 규모의 돌발 송금은 은행의 의심거래보고(STR) 대상이다. 셋째, 빗썸이 형사 고소하는 순간 수사기관이 계좌를 추적하고 동결한다. 넷째, 범죄수익으로 판단되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자금세탁)이 추가된다. 원래 혐의(횡령)에 자금세탁까지 더해지는 최악의 결과.
Fail — 혐의만 추가
Scenario 03
"10년 버티면 시효 소멸"
소멸시효가 지나면 반환 의무가 사라지는가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민법 제162조). 이론적으로 빗썸이 10년간 아무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반환 의무가 소멸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130억 원은 빗썸이 포기할 금액이 아니다. 사고 발생 24시간 내에 금융당국이 개입했고, 빗썸의 법무팀은 미회수 대상자를 이미 특정했을 것이다. 소송 제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년이 아니라 수 주에서 수 개월이다. 그리고 소송이 제기된 순간 시효는 중단된다.
Fail — 현실적으로 불가능
Scenario 04
"빗썸에 채권이 있었다"
기존에 빗썸에 대한 채권이 있었다면 상계 가능한가
대법원은 "반환 거부에 정당한 이유"의 예시로 상계권을 든 바 있다(2017도17494). 만약 수령자가 빗썸에 대해 별도의 채권(미지급 보상, 손해배상 청구 등)을 갖고 있었다면, 그 범위 내에서 오지급분과 상계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하고, 13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빗썸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은 사실상 상정하기 어렵다.
Possible — 극히 제한적 조건에서만
Part V

빗썸 법무팀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빗썸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130억 원은 개인에게는 인생을 바꿀 금액이지만, 빗썸에게는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금액이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 오지급 손실을 장부에 남겨둘 수 없다. 법무팀이 밟을 수순은 대략 이렇다.

예상되는 법적 수순
  • 1단계
    내용증명 발송. 미회수 대상자에게 오지급 사실 통지 + 자진 반환 요청. 기한 내 반환 시 법적 조치 면제 가능성 시사.
  • 2단계
    가처분 신청. 법원에 대상자 은행 계좌 재산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돈이 더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조치.
  • 3단계
    형사 고소. 횡령 혐의로 고소. 수사기관이 계좌 추적, 자산 동결. 수사 과정에서 반환 압박이 강화된다.
  • 4단계
    민사소송.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제기. 승소 시 강제집행으로 자산 환수.

핵심은 시간이 수령자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붙고, 형사 혐의는 무거워지며, 협상 여지는 줄어든다. 삼성증권 사건에서 유령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이 결국 징역형(집행유예) + 47억 원 배상이라는 이중 타격을 받은 것이 선례다.

반면, 자진 반환하면 어떻게 되는가. 빗썸은 공식적으로 "패닉셀 피해 고객에게 110% 보상"을 약속했다. 오지급 수령자에 대한 보상 언급은 없지만, 자진 반환 시 형사 고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찍 돌려줄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모든 유사 사례의 교훈이다.

Part VI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은 "130억 원을 가져간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따로 있다. 사고 시간대에 빗썸에서 정상 거래를 하고 있던 일반 이용자들이다.

오지급 비트코인이 시장에 매도되면서 빗썸 내 가격이 9,700만 원에서 8,110만 원으로 폭락했다. 차트만 보던 이용자들은 "무슨 큰일이 났나" 싶어 공포에 매도했다. 이것이 패닉셀이다. 이들은 오지급과 아무 관계가 없는데 비정상 가격에 자산을 잃었다.

Victim 01

패닉셀 이용자

사고를 모르고 급락 가격에 매도한 일반 이용자. 예상 손실 약 10억 원.

Victim 02

저가 매수 취소자

비정상 저가에 매수 체결된 뒤 거래 취소/롤백 대상이 된 이용자.

Victim 03

전체 이용자 신뢰

빗썸의 시스템 안전성에 대한 신뢰 훼손. VASP 면허 갱신 불확실성 확대.

빗썸은 패닉셀 피해자에게 매도 차액 전액 + 10% 추가 보상(110%)을 약속했다. 사고 시간대 접속 고객 전원에게 2만 원, 전 고객 7일간 수수료 0%, 1,000억 원 규모 고객 보호 펀드 조성도 발표했다. 하지만 보상은 보상이고, 사고가 없었으면 손실도 없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돈에는
주인이 있다.

빗썸 오지급 130억 원을 둘러싼 법적 결론은 명확하다. 어떤 경로로도 적법하게 보유할 수 없고, 시도하면 형사처벌이 추가된다.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은 가능한 한 빨리 돌려주는 것이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