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37 · 02 of 02

80점을
100점으로

AI는 80점짜리 대답을 내놓는 자판기다. 나머지 20점을 채우는 것은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20년을 일한 사람에게 있다.

Part I — The Operating System

경험이라는 운영체제

2024년 12월,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었다. 법정 퇴직 나이는 60세이고,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나온다. 5년의 공백이 있다. 그 사이를 채울 소득이 없다.

39%
pension replacement
한국, OECD 평균은 63%
57%
employment 65-69
한국, OECD 평균은 26%
43%
bottom-half uplift
AI 사용 시 하위 50% 성과 향상

한국 65~69세의 고용률은 57%다. OECD 평균 26%의 두 배가 넘는다. 은퇴 후에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읽으면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시니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AI가 변수로 들어온다. HBS/BCG 연구에서 하위 50% 성과자가 AI를 사용했을 때 43% 향상된 것을 기억하자. AI는 천재에게 유리한 도구가 아니다. AI는 경험은 있지만 도구가 없던 사람에게 도구를 쥐어주는 장치다.

20년간 공장을 운영하며 원가 구조를 체득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엑셀은 서툴러도, AI에게 "이 원자재 가격으로 마진 15%를 맞추려면 생산량을 얼마로 잡아야 하나"라고 물으면 답이 나온다. 질문의 품질은 경험이 결정한다.

Part II — The Smart Prompting

AI에게 역질문을 시켜라

대부분의 사람은 AI에게 답을 요구한다. "이거 정리해 줘", "보고서 써 줘". 그러면 AI는 80점짜리 결과물을 내놓는다. 나쁘지 않지만,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김덕진 소장이 제안하는 방법은 다르다. AI에게 먼저 질문을 시키는 것이다.

prompt technique

"답변하기 전에, 네가 더 좋은 답을 내놓기 위해 나에게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먼저 질문해 줘."

이렇게 하면 AI는 컨설턴트처럼 작동한다. "타겟 고객층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요?", "예산 범위가 있나요?", "경쟁사 대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 이런 질문들이 쏟아진다. AI가 스스로 맥락을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결과물의 품질은 입력한 맥락의 양에 비례한다.

일반적인 사용법

"거래처 이메일 써 줘" → AI가 뻔한 인사말과 형식적 본문을 생성한다. 수정할 곳이 절반이다.

역질문 사용법

"거래처 이메일을 쓰려는데, 더 좋은 이메일을 쓰기 위해 나에게 질문해 줘" → AI가 상황, 관계, 목적을 파악한 뒤 맥락에 맞는 초안을 작성한다.

한국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31%로 OECD 하위권이다. 하지만 도입한 기업들의 반응은 다르다. AI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80%가 직원 성과가 향상됐다고 답했고, 약 40%는 비용 절감과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 도구를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의 차이가 이미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

"AI는 대답 자판기다.
80점짜리 답을 100점으로 끌어올리는 건
직관과 경험의 몫이다"

김덕진, IT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Part III — The Amplifier

생각의 증폭기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대체가 아니라 증폭이다. 머릿속에 있는 30년의 경험을 AI라는 증폭기에 올리는 것이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01
말로 풀어라

음성 입력으로 생각을 풀어놓는다. 구조가 엉성해도 괜찮다. AI가 정리해 준다.

02
AI로 구조화하라

풀어놓은 텍스트를 AI에게 넘긴다. "이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 줘." 초안이 나온다.

03
경험으로 검증하라

초안을 읽고 빠진 맥락, 틀린 전제, 과한 일반화를 잡아낸다. 이 단계가 20점이다.

PwC의 2025 보고서에 따르면,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산업의 1인당 매출 성장률은 비노출 산업의 3배다. 고용주가 요구하는 스킬의 변화 속도는 AI 노출 직종에서 66%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진다. 하지만 배운다면, 30년의 경험 위에 AI라는 레버리지가 올라간다.

신입이 사라지는 것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중장년에게는 역전의 기회이기도 하다. 도구를 빠르게 다루는 건 젊은 세대가 유리하다. 하지만 무엇을 시켜야 하는지 아는 것, 결과물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 80점을 100점으로 끌어올리는 것 — 이건 하루아침에 생기는 능력이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AI를 활용해 혼자서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창업의 장벽은 낮아졌다. 엑셀은 몰라도 된다. 코딩은 몰라도 된다. 하지만 그 사업이 왜 필요한지,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원가 구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는 AI가 대신 판단해 주지 않는다. 경험이 그 자리에 있다.

AI가 바닥을 올려준다면
경험이 천장을 올린다

도구가 바뀌어도 판단은 사람의 것이다. 30년의 경험에 AI라는 증폭기를 올리는 순간, 중장년은 대체 대상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에이전트 보스가 된다.